국내 첫 내시경은 ‘막대기 내시경’?
세브란스병원, 57년 전 내시경 선보여
위, 식도, 십이지장 등의 병을 찾는 데 내시경은 가장 확실한 진단장비다. 문제는
불편함. 위내시경을 목구멍으로 넣을 때의 구역질 때문에 내시경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입을 무리하게 벌려야 하기 때문에 입가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재 내시경은 57년 전의 내시경에 비해서는 그야말로
절반 두께에 훨씬 부드러워 ‘호강에 겨운 불평’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19일 소화기내과 기념관을 열면서 57년 전인
1953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소화기내시경을 선보였다. 이 내시경은 굵기가 지름 1.2㎝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내시경 0.5~0.6의 절반에 불과하다.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데
사용하는 호스의 ㎝지름 4㎝보다는 작지만 지금 내시경처럼 굽혀지지 않았다. 딱딱한
막대기형인 내시경이었던 것. 따라서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하고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는 이 내시경 외에 소화기내과학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 내시경 6점을 전시해 내시경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옛것을 알아야 새것도 알 수 있다라는 뜻의 ‘온고지신’처럼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된 이보영 최흥재 강진경 선배의 유지를 받들어 최고(the best)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념관 전시홀에는 다양한 내시경 기구들이 전시돼 우리 나라 내시경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박인서 명예교수가 기증한 1953년 국내 최초 도입된
상부위장관내시경(Benedict Flexible Gastrscope)도 전시돼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시경
검사실은 이 내시경으로 국내 최초로 내시경 검사를 했었다.
또 기념관에는 해방 이후 우리나라 소화기학 분야를 개척한 이보영, 최흥재 및
강진경 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동판도 마련됐다.
탄생 100주년이 된 이보영 교수는 연세대 의대의 전신인 세브란스연합의학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소화기학을 연구한 뒤 우리나라
소화기학분야를 개척했다. 이 교수는 대한소화기병학회와 대한내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바 있다.
최흥재 교수는 국내 최초로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을 시행하며 위장관 내시경
분야를 개척했다. 강진경 교수는 췌담도 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하며 췌담도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