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어린이, “난 불행하지 않아요”

부모들은 “다른 형제보다 삶의 질 낮다”염려

간질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는 자기 아이가 불행 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아이 본인은 부모 생각처럼 불행해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LA 대학교의 크리스틴 보웰 베카 박사팀은 간질을 앓고 있는 어린이 143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건강한 형제와 행복감을 비교 조사했다. 연구진은 아이가 최초로

간질 진단을 받은 지 8~9년 후에 개별 인터뷰를 실시했다.

‘어린이 건강 설문(Child Health Questionnaire)’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아이와

부모에게 각각 자연스럽게 응답하도록 정리가 잘 돼 있는 설문이다. 간질에 걸린

아이들이 인터뷰에 응한 평균 연령은 12세였다.

질문 내용은 간질 어린의 행동, 전반적인 건강, 자존감과 신체 기능 등으로 나눠졌다.

그 결과를 모아보니 부모들이 매기는 아이의 삶의 질 점수가 아이 자신이 매기는

점수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아이들은 자기의 삶의 질이 간질이 없는 형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차이를 베카 박사는 ‘장애의 역설’로 설명했다. 장애의 역설이란 만성

질환이나 장애를 갖는 당사자는 반드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불만족스러워

하란 법은 없다는 것. 베카 박사는 “부모는 자기 아이가 아프다는 생각 때문에 왜곡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며 “그래서 아이의 삶의 질이 낮다고 단정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와 어른은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 가령 자녀가 불행해한다고

해도 부모는 불행할 일이 무어냐는 식으로 아이가 행복한 것처럼 단정 짓는다는 것이다.

간질은 신체, 사회, 정신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300만명의 간질 환자가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어린

시절에 발병했다. 간질의 원인으로는 출생 전 뇌 발달 문제, 태어날 때 산소 부족,

뇌손상 등이 지목된다.  

이 연구 결과는 ‘건강 속의 가치(Value in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미국의

뉴스 사이트 뉴스와이즈가 14일 보도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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