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자기 닮은 손자손녀 더 좋아한다
DNA 비슷한 자손에게 끌려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조건적으로 손자 손녀를 사랑하지만 자기의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은, 자기 닮은 손자 손녀를 더 예뻐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적으로 차별적인 조부모의 보살핌(sexually antagonistic grandparental care)'으로
알려져 있는 이 현상은 할머니가 손자보다는 손녀, 할아버지가 손녀보다는 손자의
양육과 건강에 더 직접적인 관심과 도움을 준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난자는 X염색체를 쌍으로 갖고 있고 정자는 XY로 서로다른 염색체를 하나씩 갖고
있다. X염색체를 가진 난자와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만나면 XY 염색체의 아들이
되며, X염색체 난자와 X염색체 정자가 만나면 XX의 딸이 된다. 따라서 아들은 어머니와
X염색체가 100% 같다. 반면 딸은 어머니와 X염색체 절반이 같다.
3대째로 가면 여성은 아들의 딸, 즉 손녀에게는 자신의 유전자를 31% 물려주지만
아들의 아들, 즉 손자에게는 23%만 물려줘 손자보다는 손녀와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얼반 프리버그 박사팀은 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아버지는 Y염색체를 아들에게, X염색체는 딸에게 유전하게
된다”며 “아버지의 X염색체는 할머니에게서 오는데 이 염색체가 다시 딸에게 전해져
결국 할머니와 손녀가 같은 DNA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전 다른 연구에서는 조부모의
유전자가 반드시 손자손녀에게 유전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여성은 아이를 잉태하고 낳기 때문에 자기 아이의 분명한 엄마지만 남성은 정자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기의 아이라는 사실의 연결고리가 확고하지 못하다. 이는 조부모
세대로 올라가면서 더 복잡해진다.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통해 외손자손녀에게 유전자를 물려주지만 친할아버지는
손자손녀가 진짜 자신의 생물학적 직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2배로 높아진다.
프리버그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B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
데일리메일 인터넷판 등이 28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