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가 송명근 사태에 뛰어든 사연
우여곡절 끝 오늘 1차 조사결과 발표
대한심장학회(심장학회, 이사장 박영배 서울대병원 교수)가 1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CARVAR수술 관련 논문 및 수술에 대한 1차 결과를 발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심장학회가 최초로 이 사태에 뛰어든 것은 건국대병원이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를 해임하면서부터다. 건국대병원은 두 교수가 같은 병원 송 교수의 수술 부작용
사례를 논문 발표하고 감독기관인 식품의약안전청에 신고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전격 해임해버렸다.
이에 대해 심장학회는 두 교수의 학술활동을 이유로 왜 해임까지 했는지, 해임
철회 요구에 대한 건국대병원의 입장을 요구했다. 인접학회인 고혈압학회도 “의학자들의
학문 활동까지 대학 측이 가로막아선 안된다”는 취지의 항의 성명을 냈다.
하지만 1월 말까지 건국대병원의 공식입장은 없었다. 이와 별개로 송 교수는
심장학회에 공문을 보내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유럽흉부학회에 발표한 논문의 진위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즉, 두 교수의 잘못된 논문을 동료학자들의 이름으로 규명해
자기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였다.
건국대병원의 교수해임에 관한 반응이 없자 심장학회는 2월 11일 두 교수의 해임과
관련, 상임이사회를 열고 건국대의 결정에 대한 유감과 함께 해임취소를 요구 했다.
결국 송 교수의 수술법을 둘러싼 공방은 건국대가 송 교수 편을 들어 두 교수를
해임한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학회는 “학술적인 발표를 이유로 교수해임은 안된다”는
명분을 갖고 해임된 두 교수를 동정하는 형국이었다.
심장학회는 최대한 객관성을 갖고 이번 조사에 들어갔다. 심장학회 홍보이사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는 “학회는 양쪽 교수들의 의견과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수집한 뒤 3월에 열리는 조사결과 발표회에서 모두에게 소명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심장학회는 2개월 간 카바수술 관련논문 및 수술에 대한 조사에 매달렸다.
학회는 조사결과에 앞서 송교수와 해직된 두 교수의 공개토론회를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학회에 동료학자들의 검증을 요청한 당사자인 송교수는 토론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학회는 해임교수들도 참여하는 토론회 계획을 포기했다.
학회는 마침내, 1차 조사 결과를 지난 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이 와중에 학회는 한국과학기자협회(과기협, 회장 박방주
중앙일보 기자)와 사소한 마찰을 빚게 된다.
심장학회는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보통 학술대회처럼 사전에 등록한 기자들만
언론사 별로 최대 3명까지 허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기협이 취재기자 수를 제한하고
기자의 본인 확인 증명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형식은 언론 통제라고 반발, 심장학회의
발표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심장학회 장양수 홍보이사, 김덕경 총무이사는 지난 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회가 언론사 연락처와 기자단의 구조를 잘 몰라서 생긴 진행미숙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끝내 과기협이 보이콧 주장을 굽히지 않자 학회는 발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그리고 1일 심장학회는 이메일을 통한 보도자료 배포형식으로 CARVAR수술 관련 논문에
대한 1차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는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논문은 출판 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는 송교수의 카바 수술은 중단되어야 하며, CARVAR수술 조건부 비급여
고시는 철회돼야 한다는 학회의 공식입장이 앞머리에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