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습’인 일은 많은데 눈은 말라가네
슬플 때와 눈이 건조할 때 나오는 눈물 통로 달라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어 ‘안습(안구에 습기가 찬다)’은 눈물이 나올
것 같이 우습거나 안타까운 상황을 빗대는 말이다. 잊을 만하면 이어지는 터무니없는
사건 사고는 안습을 부르지만 한국인의 눈은 메말라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2~08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구건조증
환자는 2002년 74만4,064명에서 2008년 151만1,178명으로 7년 사이 약 2.4배가
됐다.
안구건조증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은 △노령인구의 증가 △컴퓨터 이용 증가 △콘택트렌즈
사용 △라식 라섹 등 굴절교정술 증가 △폐경 후 호르몬 치료 등이 꼽힌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증발해 눈물 구성성분의 균형이 깨지면서
안구표면이 손상되고 눈에 시린 느낌, 이물질이 낀 느낌, 바짝 마른 느낌 같은 자극증상을
갖게 되는 질환이다.
사람의 눈은 건조해진 상태에서 메마른 바람 등이 자극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와
촉촉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러 울면 눈물이 나오고 건조해진 눈이 촉촉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자극 때문에 저절로 흐르는 눈물과 슬퍼서 흐르는 눈물은
통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외부 자극 때문에 생기는 눈물은 건조해진 눈을 보호하려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주눈물샘에서 평소보다 많은 눈물이 나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항균작용을
한다.
희로애락 등 감정 상태에 따른 감정눈물은 항균물질이 적다. 뇌에 슬픈 정보가
전달되면 감정을 관장하는 가장자리계(변연계)가 시상하부를 자극해 덧 눈물샘에서
눈물을 대량으로 만든다. 주눈물샘은 눈알 위쪽 가장자리에 있고 덧 눈물샘은 눈꺼풀
안쪽에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양석우 교수는 “일부러 울어서 눈물을 낸다는 게 쉽지
않고 감정 눈물과 자극에 대한 반사 눈물은 통로가 달라서 일부러 운다고 안구건조증이
낫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대 용산병원 안과 전연숙 교수도 “안구건조증은 원인치료를 가장 우선해야
하며 우선치료는 모자라는 눈물을 보충하는 인공 눈물을 넣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인에 따라 환자에게 잘 맞는 인공눈물을 담당의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안구건조증, 자가 진단 해보기
8개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되면 안구건조증 초기, 3~4개면 중기, 5개 이상이면
치료해야 할 상태로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뻑뻑하고 눈이 충혈 돼 있다
△건조한 곳이나 공기가 탁한 곳에 있으면 눈이 화끈거린다
△눈꺼풀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눈이 자주 피로하며 눈꼽이 남보다 잘 낀다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통증이 있다
△밝은 곳에서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다
△눈에 통증을 느끼고 시력이 떨어졌다
△콘택트렌즈를 끼기 어려울 정도로 안구가 잘 마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