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편’을 남에게 지칭할 때
주부
나정숙씨(32). 결혼 1년 만에 남편이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 회사로 전화할 일이 생겼다.
당연히 남편이 받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지긋한 나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테크입니다.”
“음, 김미남 과장님 부탁해요.”
(다소 기분 나쁜 듯한 목소리로) “실례지만 어디라고 전해드릴까요?”
(갑자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 말문이 막혔다가) “어…, 부인인데요.”
나씨는 전화를 끊고 나서 혹시 결례하지 않았는지 한동안 꺼림칙했다.
나씨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우선 전화를 받는 상대방이 남편의 부하직원임이 확실하지 않다면 남편의 직함
뒤에 ‘님’자를 붙이지 않아야 했다. 또 직장에서 어디냐고 물으면 현재 위치와
관계없이 “집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 남편이 아내의 사무실에 전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지칭어는 상대방과 때에 따라 다르다. 시부모 앞에서는 신혼이라면 ‘그이’
‘저이’ ‘이이’ 정도면 무난하고 아이가 있다면 ‘아비’ ‘아범’이라고 부른다.
친정부모에게는 남편의 성을 넣어 ‘이 서방’ ‘김 서방’이라고 부른다.
남편의 형제자매에게는 그들이 부르는 대로 부르면 된다. 동서나 시누이의 남편에게는
‘그이’ ‘○○ 아빠’ ‘○○ 아버지’로 부르면 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그이’ ‘우리 남편’ ‘애 아버지’ ‘애 아빠’ 등으로,
남편의 친구에게는 ‘그이’ ‘애 아버지’ ‘바깥양반’ ‘바깥사람’ 등으로 부른다.
남들에게 남편을 지칭할 때 ‘우리 ○부장’ ‘○박사’ 등 직위를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또 나이든 여성이 남들 앞에서 남편을 ‘우리 신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신랑은 갓 결혼하거나 결혼을 눈앞에 둔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움말:국립국어연구원 전수태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