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경영진, R&D 출신이 떠맡는 추세
올 주총 결과… 메이저 제약사에 주로 분포
국내 12월 결산 제약사들의 주주총회가 19일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에도 영업출신과
R&D 출신 경영진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내부 기류를 들여다보면 연구인력
출신이 점차 목소리를 얻어가는 추세를 보인다.
한미약품이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참여 자격이 있는 등기이사, 그 중에서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한 이관순, 우종수 두 임원은 모두 본사 연구소 출신이다. 이관순 R&D본부
사장과 우종수 제제연구센터장은 지난 해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 개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이번 승진은 한미약품의 “2010년 R&D에 15% 투자”를 두드러지게
비추고 있다. 녹십자도 지난 해 신종플루 백신 생산에 힘썼던 이병건 사장을
고 허영섭 회장의 2남인 허은철 부사장과 함께 등기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국내 제약업계 경영진은 ‘영업맨’ 출신이 꿰차는게 전형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제약사는 토종신약은 꿈도 꾸지 못하고 대신 수입한 제네릭(복제약)을 어떻게
잘 팔아 시장지배력을 갖느냐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개발한 토종
신약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R&D 분야 출신 임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된 종근당 김정우 대표이사 사장과 대웅제약 이종욱 대표이사
역시 R&D 출신이다. 김정우 사장은 종근당 종합연구소장을, 이종욱 사장은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을 각각 지냈다.
동아제약 김원배 대표이사 사장은 1997년 국내 첫 천연물 신약인 위염치료제 스티렌을
개발했고, 나중에는 국내 최초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자이데나 개발의 공을 인정받아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 해 재선임됐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생명과학 김인철 대표이사 사장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항생제 팩티브의 임상개발을 주도했다.
영업의 힘도 아직은 막강하다.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 중 2세 경영을 하는 녹십자
중외 광동을 제외할 때 R&D 출신 사장을 둔 제약사는 동아 종근당 LG생명과학
한독 등이다. 영업맨 출신 사장이 이끄는 제약사는 한미와 보령이 대표적이다.
유한은 R&D 출신 최상후 사장과 영업 출신 김윤섭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다.
R&D와 영업의 중요성을 동시에 부각하면서 쌍두마차 경영체제의 장점을 노리는
형국이다.
반면, 매출액이 10위권 밖이고 따라서 신약연구개발이 활발하지 못한 국내 제약사는
아직 경영주력을 영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이영욱 사장-오흥주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한 동국제약은 이영욱 사장이 국내영업, 오흥주 부사장이 해외영업을
각각 총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