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지면 부모-자식 내팽개치는 이유
충동 조절하는 뇌 회로 고장, 현실 구분 못해
인터넷 게임에 빠져 젖먹이 딸을 굶겨 죽인 부부가 매일 밤 PC방에서 즐긴 컴퓨터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소녀를 양육하는 내용이어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수원에 사는 김모씨(41·무직) 부부는 기억을 잃어버린 ‘아니마’라는
소녀 캐릭터와 함께 전투를 벌이는 내용의 다중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인 ‘프리우스
온라인’에 빠졌다. 이 게임은 레벨이 10 이상 까지 올라가면 아이템 샵 등을 통해
캐릭터에게 옷과 장신구를 사주거나 블로그에 육아일기까지 쓰면서 딸처럼 키우게
된다.
김씨 부부도 레벨을 10 이상 올리며 게임에 빠져 지내다 정작 자신의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김씨 부부 사례 외에도 얼마 전에는 게임하는 것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아들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은 아주 극단적인 양태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누구라 할 것 없이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게임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충동조절장애다. 충동조절장애는
충동을 조절하는 뇌 회로가 고장나 충동을 억제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게임중독에 빠지면 판단력과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앞쪽 뇌인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게임에 더욱 중독되고 감각박탈로 인해 밤과 낮,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PC방과 같은 협소한 공간에 있으면 현실감도 떨어진다. 또 흥분을
잘하고 참을성이 약하며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성격 변화로까지 발전한다.
분당제생병원 정신과 김정훈 교수는 “게임이나 도박을 할 때 흥분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면서 강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한번
느껴본 사람은 계속 게임에 탐닉하면서 중독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중독자는 대부분 재미나 취미로 게임을 한다고 중독을 인정하지 않지만 게임중독은
뇌의 충동 처리 시스템이 고장난 질병으로 치료해야 한다. 게임중독은 게임으로 인해
사화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느냐로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다.
학생인 경우 학교에 빠진다거나 성인의 경우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고
게임머니 환전으로 인해 가정이 파산되는 등의 상황을 되면 병적인 수준이다.
게임중독자 스스로 치료 결심하기 어려우므로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해야한다.
중독자는 치료 받으면서 다른 일이나 취미에 관심을 돌리고 다른 환경에도 적응하려는
능력을 키우는 의지가 필요하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게임중독이 도박으로 이어져
경제적 손실도 생기고 우울증이 또 유발돼 악순환 될 수 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정신과 정영철 교수는 “게임에 중독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며 “인터넷
중독은 다른 마약 중독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개입해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