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편하게 떠나게 해주세요”?

소아암 환자 부모들, 아이 위해 안락사 고려

지난 해 11월 영국에서 유전성 근무력 증후군을 앓는 13개월 남자아이의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판결을 맡은 재판관은 많은 의학적 소견과 증거를

토대로 이 남자아이의 연명치료는 고통만 더할 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몇 달 전 김 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으로 존엄사 논란이 일었다.

자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말기 환자를 위해 진정으로 가족과 의사가 선택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솟아난 것이다.

미국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를 둔 부모와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명을 단축시키는 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 보스턴 어린이 병원과 다나-파버 암협회 고통완화 전문의 조안나 울프는 보스톤과

미네소타의 세 병원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아이를 둔 141명의 부모를 인터뷰했다.

조사결과 소아암 부모의 13%는 아이를 안락사 시켜달라는 요청을 생각해본 일이 있고,

9%는 실제 상의를 했다. 소아암환자의 부모 5명은 명시적으로 안락사를 요구했다.

시애틀 어린이 병원의 의학 윤리학자 더글라스 디에케마는 이 결과가 놀라운 것이

아니라며 “소수지만 의사들도 아이의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청을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아이의 죽음을 앞당겨 달라는 부모의

간청에 동의한 의사들은 어린이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모르핀을 다량 투여하는 방법을

쓴다”고 밝혔다.

미 의학 협회와 소아과 학회 등 대부분의 의사들이 안락사를 반대하지만 죽어가는

환자들의 삶을 무의미하게 연장 시키는 것이 더 윤리적인 행위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11년 전 암으로 5살 아들을 잃은 데이빗 레일리는 “다른 대안이

없이 아이의 고통은 극한으로 계속되는데 왜 우리는 이들의 죽음을 앞당겨 줄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시카고대 코머 어린이 병원의 통증치료 전문의 멜라니 브라운 박사는 “안락사에

대해 부모에게 말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며 “부모와 아이들은

안락사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죽음을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결과는 ‘소아청소년 의학지(Archives of Pediatrics & Adolescent

Medicine)’ 3월호에 실렸으며 미국 뉴스 일간지 CBS news가 2일 보도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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