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 승객, 배려하는 마음 컸다
침몰 시간 길어져 약자 배려 자세 생겨나
20세기 바다에서 일어난 가장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꼽히는 타이타닉호와 루시타니아호
침몰 사건 가운데 타이타닉 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덜 이기적이었으며 위기의 순간에도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시타니아호 사건은 1915년 5월 영국 호화여객선이 독일 잠수함에 의해 격침된
사건으로 이 사건 때문에 미국이 제1차 대전에 빠져들게 된다. 루시타니아호 침몰
사고로 1,258명의 승객과 691명의 선원 가운데 1,198명 이상이 사망했다.
타이타닉호 사건은 이보다 앞선 1912년 4월 대서양을 첫 항해 중이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 사건으로 1,300명의 승객과 886명의 선원 가운데
1,512명이 사망했다.
호주 퀸즐랜드대 베노 토글로 교수팀은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긴급 상황에 어떻게
돌변하는지, 왜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배의 승객과 선원 자료, 재난에
대한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타이타닉과 루시타니아 호의 남성 승객 비율은 각각
62%, 65%로 양쪽 배의 승객 구성은 비슷했다.
분석 결과 타이타닉 호에서는 16~35세 여성과 사회경제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의
생존률이, 비슷한 연령대 남성 및 가난한 계층보다 더 높았다. 반면 루시타니아호에서는
16~35세 남녀의 생존률이 어린이와 노인승객보다 더 높았으며 1등석 승객이 3등석
승객보다 더 적게 살아남았다. 즉, 루시타니아호에서는 육체적으로 더 힘 있는 사람들이
더 살아남은 것.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은 사고로 배가 가라앉는 시간이 루시타니아호보다
타이타닉호가 훨씬 길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타이타닉 승객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배려하는 사회규범을 위기상황에서도 더 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배가 가라앉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통념상 더 젊고 더 강하고 더 재빠른 사람들이
살아남을 기회가 더 많지만 선장은 구명보트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구하라고 선원에게 지시한다.
타이타닉 선원과 승객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사회규범을 받아들이고 선장의 지시를
잘 이행한 반면 루시타니아 선원과 승객은 긴박한 상황에서 강자가 살아남는 본능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
이러한 행동차이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배가 가라앉는 ‘타이밍’ 때문이었다.
타이타닉은 빙산에 부딪힌 뒤 가라앉는데 2시간 40분이 걸렸으나 루시타니아는 독일
잠수함에 격침되고 불과 18분 만에 가라앉았다.
배가 가라앉는 시간동안 타이타닉의 선원과 승객들은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도 줄어 생존 본능에
더 잘 저항할 수 있었던 것.
토글러 교수는 “위기의 순간, 만약 사람들에게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사회규범을 지키고 도와주는 행동이 나타났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정책수립자들이 더 효과적인 재난 대응 전략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미국 건강웹진 헬스데이, 영국 일간지 타임스
온라인 판 등이 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