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키즈, ‘그때 김연아’보다 더 늘씬
운동+식습관+주거양식 3박자 조화
‘여왕’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딴 2월26일
국내 언론은 앞 다퉈 그녀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5시경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기실에서는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요정 9명이 옹기종기 진지한 모습으로
스케이팅 강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등급시험이 있기 때문이다.
등급시험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피겨 선수들에게 초급부터 8급까지 9등급에 걸쳐
인증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김연아의 옛 스승인 지현정 코치(40)의 강습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힘든 기색도 없이 쪼르르 빙판으로 달려갔다. 지 코치는 “김연아 선수 체형이
피겨스케이팅에 적합하고 아름답지만 요즘 아이들의 체격 조건이 더 좋다”며 “세대가
바뀔수록 아이들의 팔다리가 점점 길어지고 몸이 가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연아 키즈들은 서양의 성인 피겨 선수들의 체형 못지않다. 오히려 키가
너무 커서 그만 두는 일도 많다. 아이들 중에는 스위스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스티나 뮬러(13)도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체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인 류종현 코치(42)는 “아이들이 피겨스케이팅만 열심히
해서 김연아처럼 길고 부드러운 근육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빙판에서의
수업 전에 빙판에서 비슷한 시간 동안 지상에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오지연 코치(42)는 “요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리듬체조, 기계체조,
발레, 근력운동 등을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인 박소연(13)은
3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지금도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신상진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주거 환경이 입식이어서 체형이 점점 서구화돼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키와 체형은 생후 두 돌까지 영양 상태에 따라 넓적다리뼈가 어느
정도 길어지느냐에 따라 1차적으로, 성장기에 2차적으로 결정되는데
1차시기에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부모세대보다 훨씬 늘씬하다는 것. 거기에다가
적절한 운동과 입식 주거환경 때문에 ‘롱다리’로 커진다는 설명이다.
빙판에 체형이 좋은 어린이들이 증가한 데에는 ‘김연아 효과’도 작용했다. 류
코치는 “2, 3년 전부터 ‘김연아 붐’이 불면서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이가
늘었다”면서 “체형이 좋은 아이들의 숫자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아이들이
더 오래 빙판에 남아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체형이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