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제중원 심폐소생술은 허구?

오늘날과 같은 형태는 1960년대 확립돼

사극은 극적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 과장이 허용되곤 한다. 이런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억지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극적인 장면을 만들려면 빠지기 힘든 요소이기도 하다.

의학사극을 표방한 SBS 드라마 ‘제중원’에서 6회와 11회에 방송된 심폐소생술(CPR) 장면 또한 실제 사실과는 다르게 각색된 대표적인 사례다.

6회 방송분에서 자신을 쫓던 정포교(엄기준)가 뇌진탕으로 쓰러지자 황정(박용우)은 그를 업고 제중원으로 달려온다. 스승 알렌(션 리처드)은 가슴을 압박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황정은 가슴에 전기충격을 가해 정포교를 살려낸다. 11회에서는 알렌이 의생들에게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강의하는 모습이 나온다. 알렌이 한 의생에게 숨을 불어넣자 그가 기겁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19세기에 과연 심폐소생술이 있었을까? 드라마 속 상황이 아예 거짓이라고 단정 지을 수 는 없지만 과장된 게 사실이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심폐소생술이 확립된 것은 드라마 배경보다 훨씬 뒤인 1960년대이기 때문이다.

175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구강 대 구강 또는 구강 대 코 호흡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종의 민간요법처럼 쓰였고 체계적으로 이론화되지는 못했다.

한편 가슴을 압박하여 심장을 마사지하는 방법 역시 20세기 초까지도 그 효과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회의적이었다.

그러다 1946년 미국의 제임스 엘람 박사가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의 이론을 정리했고 1954년에는 피터 사파 박사와 함께 심폐소생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가슴을 압박한 후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함께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은 1960년 미국 메릴랜드 의학회 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제중원 의학자문을 맡고 있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황호경 강사는 “드라마 속 심폐소생술은 극적인 장면을 위해 작가가 의도한 설정”이라며 “자문교수들도 시대 상황과 맞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으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임을 고려해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심폐소생술이 일반인들 사이에 보급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사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심장마비 환자에 심폐소생술이 제 때 이뤄지면 응급 상황에서 살아날 확률도 최대 3배 정도 높아진다. 최근 국내에서는 KTX 역사에 심폐소생술용 제세동기가 설치돼 부정맥,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희생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심폐소생술은 의료계에서 정식으로 쓰인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주위에 심장을 움켜잡고 쓰러지는 사람이 있으면 이 방법을 떠올릴 만큼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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