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으로만 도는 연아, 척추건강은?
회전보다 착지-젖히는 동작이 허리에 무리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김연아의 ‘압승’으로 끝나고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쇼트-프리 프로그램 모두 한 치의 실수를 허용하지
않은 김연아의 연기는 돋보였다. ‘점프의 교과서’로 통할 만큼 다양한 점프를 안정되게
구사했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김연아의 화려한 점프 기술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점프, 스핀 시 시종일관
반시계방향으로만 도는 모습을 보면서 ‘저러다 척추가 한 방향으로 휘지는 않을까’
‘장기가 한 쪽으로 쏠리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나온다.
김연아를 포함해 오른손-오른발잡이인 대부분의 선수들은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반면 이탈리아의 캐롤리나 코스트너 같은 왼손-왼발잡이 선수는 시계방향으로 돈다.
러츠 플립 살코 악셀 루프 등 모든 점프는 도약방식 등 기술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반면 모두 한 방향으로만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김연아는 2008년
한 방송에서 “한쪽으로만 계속 회전하다 보니 척추 등 뼈가 많이 휘었고, 근육량도
왼쪽이 더 많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 쪽 회전이 척추와 장기에 주는 영향은?
점프와 스핀 기술을 구사할 때 한 방향으로만 회전을 계속 하면 척추가 휘거나
비뚤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하지만 회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뼈 자체가
휘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척추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될 수는 있다.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이규훈 교수는 “야구선수나 골프선수도
한 쪽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척추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하는 경우가 있지만
뼈 자체가 휠 수 있다는 가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발목이나 무릎 부상은 자주 나타난다. 한 방향으로 돌기 위해서는 도약할
때 축이 되는 다리와 착지를 하는 다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점프에서 주로 축이
되는 게 왼다리, 착지를 담당하는 게 오른쪽 다리다.
점프 시 폭발적인 근력의 힘을 받는 왼쪽 무릎에 무리가 오기 쉽고 오른쪽 무릎과
발목은 착지할 때 충격을 많이 받아 다치기 쉽다. 점프 뒤 잘못 내려앉으면 오른쪽
무릎관절의 바깥쪽으로 힘이 실리면서 측부인대, 십자인대 등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왼쪽으로 여러 번 돌 때 발생하는 원심력 때문에 피겨선수는 장기조차 오른쪽으로
쏠려있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또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 내과 한광협 교수는 “근육량에 비대칭이 올 수는 있지만 장기에도 변형이
온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하루종일 도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몇 번씩 나눠
도는 것이 장기를 한 쪽으로 쏠리게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이너바우어-유나카멜 스핀이 척추질환 유발
피겨스케이팅의 회전 자체가 척추 뼈나 장기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회전을
받쳐주는 여러 동작과 기술은 척추질환이나 통증을 유발하기 쉽다.
점프를 끝내고 착지할 때 몸이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김연아가 프로그램의 첫
점프로 많이 사용하는 연속 3회전 점프를 구사하고 나면 착지 시 몸의 중심부인 척추에
체중의 2.5배에 이르는 충격이 전달된다.
특히 김연아의 점프는 도입부의 스피드도 상당한 데다 높이도 남자 선수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척추에 더 많은 무리를 줄 수 있다. 이는 척추분리증 디스크
허리염좌 등 다양한 척추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위험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뿐 아니라 리듬체조 선수, 다이빙 선수 등 몸을 던져서 경기하는 모든 운동선수에게
잠재돼 있다.
허리를 뒤로 젖힌 채 빙판을 활주하는 ‘이너바우어’, 다리를 구부리고 허리를
빙면과 일자가 되도록 완전히 젖힌 상태로 도는 ‘유나카멜 스핀’도 그렇다. 보기에는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척추 건강에는 좋지 않다. 자꾸만 허리를 뒤로 무리하게 젖히면
디스크가 탄성을 잃고 퇴행화되기 쉽다.
‘코어근육’ 유지로 부상 최소화
김연아는 척추 및 고관절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때에도 “허리통증은 선수라면
직업병처럼 갖고 있는 것”이라며 태연한 자세였다. 부상을 줄이기 위해 점프나 스핀
연습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그렇다면 선수들은 이렇게 많은 부상위험을 어떻게 줄일까?
우선 준비운동을 확실히 한다. 훈련 전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한 시간 이상 몸을
푸는 것. 김연아는 몸의 유연성도 증진시키고 부상도 방지하기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몸의 중심부를 받치고 있는 ‘코어근육’ 즉 중심근육을 단단하게 발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한양대병원 이규훈 교수는 “운동선수들은 배꼽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코어근육을 튼튼하게 단련시켜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고, 같은 강도의 충격에도 몸이
잘 견디게끔 만든다”고 말했다. 코어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구를 이용한
근력운동 및 짐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