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의 “송교수 수술법 중단권고” 결정 파장

국가기관-학회-건국대에도 영향 끼칠 듯

안전성 논란을 빚어온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대동맥판막수술법(CARVAR)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건연)이 ‘수술 잠정 중단’을

권고함에 따라 CARVAR수술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수술법은 1998년 개발된 뒤 지금까지 7백여명의 환자에게 시술되었고, 송교수의

수술법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건국대교수 두 명은 아직 해임상태에 있으며, 대한심장학회는

송교수 수술법을 검증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결성했다. 송명근 교수가 제기한

코메디닷컴에 대한 민사소송에는 보건연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보건연의 “송교수 수술법 중단권고” 결정 파장▶CARVAR 수술법 어떻게 되나?

의료기기나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관인 보건연은 CARVAR수술의

안전성 검증작업을 지난해 8월부터 진행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지난해 5월 CARVAR수술에 대해 조건부 비 급여(수술은 할 수 있지만 수술비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 결정을 하면서 3년간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심평원은 “3년 동안 조건부 비급여로 CARVAR수술을 시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급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복지부는 CARVAR수술 유효성을

평가할 기관으로 보건연을 정했다.

보건연의 안전성 검증작업은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교수로 구성된 실무위원회가

담당했다. 실무위원회는 CARVAR수술이 시행된 건국대병원과 전에 송 교수가 일했던

서울아산병원에 수술 자료를 요청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실무위원회에서 9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수술 잠정중단’을 결정한 것. 위원회가 복지부장관에 권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복지부는 이 의견서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의학계에서는 보건연의 이번 결정을 비상한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두 평가하는 보건연의 업무 특성상 사실상 전면중단 식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한 전문가는 “모든

환자에게 수술법 허용 또는 전면 중단식의 결정보다는 ‘특정 환자에게 제한적 허용’같은

결정이 날 것으로 봤으나 강한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작년 보건연 회의에도 나가 “(CARVAR 수술법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철저히

검증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보건연의 강한 결정이 나오자 “검증

작업이 객관적이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 심장학회의 검증작업은?

건국대학교는 송교수의 수술법에 이의를 제기한 이 대학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를 지난 달 해임했다. 두 교수 해임으로 심장학회와 고혈압학회를 중심으로

항의성명이 잇따르는 가운데 송명근 교수는 “이들 교수가 해임된 것은 논문을 조작했기

때문”이라며 두 교수 해임은 당연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또 이들 교수의

유럽학회 제출 논문의 ‘오류’를 검증해달라고 심장학회에 정식 요청했다.

심장학회의 관계자는 “학술적인 논쟁에서 송교수 편을 들지 않았다고 교수들을

해임한 셈인데 이번에 국가기관이 누구 말이 옳은 지 일단 밝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 교수가 공식요청 해 온 수술법 검증문제는 관련 소위에서 속도감 있게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 심장학회 소위에서는 특히 송교수가 수술법 인가과정과 관련

논문 제출 과정에서 증빙사실이 서로 중복된 정황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유럽에서 발표한 논문은 채택이 확정된 2008년 12월부터

실제 게재된 2009년 6월까지 유럽흉부외과학회가 이미 검증을 끝낸 논문이다. 이

과정에서 송 교수는 심장내과 교수들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식으로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유럽학회는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들은 뒤 게재를 확정했다.

▶해임된 건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은 어떻게?

보건연이 CARVAR수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정함에 따라 수술 부작용을

신고한 교수를 해임한 건국대학교의 결정도 어떻게 바뀔 지 관심이다.

두 교수는 CARVAR수술의 부작용을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신고하고

논문으로 발표해 조직의 화합을 깼다는 이유로 지난 달 학교측에서 해임했다.

이 교수들의 CARVAR수술 안전성 문제제기가 결국 옳았다는 것을 국가기관이 인정한

셈인데 건국대가 교수해임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교수들을

해임까지 한 건국대의 결정은 건전한 비판 자체를 막은 것처럼 비쳐진다. 심장학회의

한 이사는 “건국대가 내세운  해임 사유는 ‘대외신뢰도 실추’인데 신뢰도

실추는 해당 교수들이 아니라 학교당국이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CARVAR수술의 안전성 논란은 지난 2008년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본격 불거졌다. 당시 학회장소에서 송교수와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안혁 교수간 CARVAR수술의

효과에 대해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건강의료포털 코메디닷컴은 이를 촬영보도하는

등 수술법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료 의학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보도했다.

송 교수는 일련의 보도 뒤 코메디닷컴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2008년 제기해 서울 남부지법에서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국가기관인 보건연의 ‘수술 잠정중단 권고’ 결정은

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의료전문변호사는 “의학계에서

벌어진 논란을 보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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