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상엔 소주소독? 효과 없어
화상, 민간요법 너무 믿지 마세요
설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은 분주하다. 한 쪽에서는 전을 부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떡국 끓일 고기국물을 우려내느라 지지고 볶고, 끓이느라 정신이 없다. 설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이 바쁘고, 설음식을 고대하며 주방을 들락날락하는 아이들도 바쁘다
보면 갖가지 화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날이라 가벼워 보이는 화상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화상이라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보기 싫은 흉터가 남고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설음식을 장만하며 생기는 화상으로는 △뜨거운 기름이 튀었을 때 △뜨거운 냄비나
전기 프라이팬 등을 만졌을 때 △전, 튀김 등을 갓 만든 후 손으로 만졌을 때 △조리
기구에서 뿜어내는 증기에 쐬었을 때 등이 있다.
화상이 심하지 않으면 집에서 응급 처치를 한다. 뜨거운 기름이나 뜨거운 기구로부터
떨어져 추가 손상을 막는다. 그리고 화상 부위의 옷 등을 조심스럽게 걷고, 흐르는
찬물에 15~20분 정도 대고 열을 식힌다. 마지막 화상부위에 화상연고를 바르고, 습윤
드레싱제제를 붙인다.
화상 부위에 수포가 생겼을 때는 수포를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수포가
매우 팽팽해서 아프거나 불편하면 라이터 등으로 바늘을 소독해 물집 물만 뺀 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습윤 드레싱제제를 붙인다.
화상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화상연고, 항생연고(일반적인 상처 치료제 등)
△화상 거즈 △습윤 드레싱제제(하이드로콜로이드 드레싱, 상처치료제가 포함된 드레싱
등)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화상 범위가 넓지 않아도 여러 개의 손가락 혹은 발가락, 얼굴, 아랫배와
허벅다리의 사이 등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병원에 바로 가야 한다. 화상은 겉보기
크기와 달리 상처가 깊을 경우도 있어 수포가 생길 정도라면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겠다.
▶화상 민간요법 제대로 알고 하기
▽화상 부위에는 상처치료제를 바른다?
일반적인 상처치료용은 항균효과와 연고 제제 자체에 상처 부위를 습윤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가벼운 화상 부위에는 발라도 좋다. 그러나 넓은 화상 부위나 감염 우려가
있는 화상 부위에 무조건 상처치료제는 삼가는 것이 좋다.
▽화상에는 진한 갈색 요오드를 바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갈색 약은 요오드를 말하는 것인데 실제 약국에 파는 제품에는
‘포비돈-요오드액’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포비돈은 요오드를 상처부위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운반 물질인데 이 소독제는 큰 상처나 심한 화상에는 쓰지 않는다. 요오드
성분이 몸속에 흡수돼 요오드 중독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이 약은 화상부위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고 화상부위에 새살이 차오르는 것을 방해 할 수도 있다.
▽화상은 소주로 소독하면 된다?
‘소주=알코올, 알코올=소독’이라는 생각에서 온 민간요법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하는 소주는 알코올 농도가 20% 정도로 낮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소주를 뿌리면 화상 부위의 응고가 빨라져서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신
생리식염수 등으로 소독하는 것이 낫다.
▽오이나 감자를 갈아서 붙인다?
오이나 감자팩은 열을 식히는데 일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포가
생겼거나 물집이 벗겨진 피부에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하고 감염 위험도 크다.
▽물집에는 콩기름, 참기름, 소금을 졸여 붙인다?
이 역시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아니다. 물집 부위에 콩기름, 참기름, 소금을 바르면
환부를 자극하고 감염위험도 증가한다. 오히려 상처가 커지거나 흉터가 더욱 심하게
남을 수 있다.
▽더덕가루를 상처에 뿌린다?
민간요법으로서 효과가 있다고 하나 역시 입증된 것은 아니다. 화상 부위가 덧났을
때는 상처가 악화될 수 있다.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도움말=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유기철 교수, 중앙대 용산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