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삶의 전부가 아니랍니다”
식사장애 환자, 자존심 높여야 회복된다
“살을 찌우는 게 우선입니다”
160cm에 34kg의 깡마른 몸을 가진 김 모양(18)은 잠도 잘 오지 않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엄마와 함께 정신과를 찾았는데 의사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는
한 번에 많이 먹고 일부러 토하기를 반복해왔다. 1kg의 체중 변화에도 예민하고
자기 몸매에 늘 자신감이 없는 등 ‘거식증’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딸의 증상을 걱정하던 엄마도 “살을 찌우라”는 의사의 말에 오히려 “우리애가
어때서요. 우울증 약 처방이나 해 주세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식사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내려지는 제1처방은 평균 체중에 훨씬 못 미치는 그들의 체중을
정상으로 돌리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의 처방은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엉뚱한 것으로 여겨진다. 1kg의 변화에도 예민한데 정상 체중만큼 우선
살을 찌우라는 것은 일종의 충격적인 처방이기 때문.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보통 식사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우울증 증상이 있어 이를 해결하러 오는 것이지 체중미달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거식증은 대표적인 식사장애의 하나다. 살을 빼려는 거듭되는 시도, 체중 감소,
음식과 체중과 연관된 부적절한 집착, 먹은 음식 일부러 토해내기,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무월경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병으로서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도
한다.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는 사춘기부터 20대에 주로 나타난다.
거식증이 있는 사람은 아주 조그만 몸무게 변화에 자존심이 왔다 갔다 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 쉽다. 체형 말고도 얼굴이나 성격 등 일반적으로 자존심과
연결시킬 수 있는 다른 외모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주변 사람,
특히 가족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많이 먹는다’ ‘뚱뚱하다’ 등 먹는 것과
체형에 관련된 부정적인 언급을 삼가야 한다.
신동원 교수는 “식사장애 환자는 자신감이 너무 넘쳐도 너무 없어도 문제”라며
“체중 하나에만 집착해 자신감을 판단하지 말고 ‘여러모로 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려고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정신의학회가 내놓은 식사장애 징후(1994년)
△지금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면 큰 일이 날 것 같다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두렵다
△3개월 이상 월경이 없다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토하거나 이뇨제를 쓴다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주 2회 이상 폭식한 적이 있다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많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