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큰 축구선수 ‘억울한 파울’ 더 당한다
애매한 상황에서 키=공격성 의미
키가 큰 축구 선수는 헤딩을 할 때는 유리할지 몰라도 심판에게는 ‘반칙 선수’로
찍힐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축구 심판이 키가
큰 선수에게 파울 휘슬을 더 많이 분다는 것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속한 B조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최전방 공격수
리오넬 메시(169), 카를로스 테베스(173), 세르히오 아구에로(172) 등의 키가 170cm
언저리인 반면 이들을 막아야 하는 다른 나라의 수비수들은 대부분 180cm가 넘기
때문에 판정만으로는 아르헨티나가 가장 유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의 중앙
수비수는 대부분 190㎝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는 거구이고, 우리나라의 중앙 수비수도
180㎝가 넘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에서는 반칙에 조심해야
하고, 그리스와의 승부에서는 반칙을 이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경영학과 닐스 반 콰퀘벡 박사팀은 스포츠 분야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축구 경기에서 주심이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어떤
판정을 내리는지 조사했다.
그동안 진화생물학이나 언어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키를
떠올릴 때 공격성이나 우월감 등과 연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격적이고
우월한 사람을 키가 큰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
연구진은 지난 7년간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UEFA컵), 독일프로리그(분데스리가)와
3번의 월드컵에서 나온 파울 자료를 분석했다. 7년 동안 UEFA컵에서 나온 파울은
3만2142건, 분데스리가는 8만5262건이었고 3번의 월드컵 동안 나온 파울은 6440건이었다.
반 콰퀘벡 박사팀은 두 선수가 엮인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키가 더 큰 선수가 더
많이 파울판정을 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키가 크면 심판의 눈에 ‘파울을 범하는
사람’으로 더 잘 띄게 되고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는 심판의 눈에 ‘반칙의
희생양’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반 콰퀘벡 박사는 “축구는 가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직감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키가 이런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스포츠 및 운동심리학지’(Journal of Sports and Exercise Psychology)
2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유럽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알파갈릴레오가 26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