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광고 허용, 시술가격 카르텔 깨나?
소비자 알 권리, 의료선택권 갈수록 넓어져
최근 법원이 라식 수술 가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환자들에게 광고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결함에 라식수술이나 성형수술 등에 관한 의료광고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병의원의 광고 허용 폭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상 병 의원들의 시술가격
카르텔이 무너지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진료에 관한 광고는 극히 제한적인 것만 허용하다가 2005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분기점이 되어 원칙적으로 문이 열렸다.
2005년 의사 진료 행위 광고 허용
서울 강남 A안과는 2001년 병원 홈페이지에 원장의 진료 모습 사진, 외국
연수 경력, 라식 진료방법 등에 대한 자료를 올렸다가 의료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지금은 대부분 병원 홈페이지에 자연스럽게 올라 있는 자료지만 당시에는 형사고발을
당하는 사항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10월 “특정의료기관이나 특정의료인의 기능 진료방법에
관한 광고를 전혀 할 수 없게 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냈다.
기존에는 광고에 명시할 수 있는 항목을 한정해 놓고 그것만 광고할 수 있는 이른바
‘포지티브(positive)’정책에 따랐다. 이 헌재결정 이후 광고해서는 안되는 항목을
명시하고 그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네가티브(negative)’ 정책이
확립됐다.
2007년 환자 대상 직접 광고 허용
2005년 대전 B산부인과는 접수구에 각종 검사비용을 할인한다는 팜플렛을 비치했다.
주변 병원은 B산부인과를 ‘환자 유인 알선’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2007년 대법원은 보험적용 대상이 아닌 각종 검사비용을 할인하면서 이를 환자에게
알린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가격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항목을 기존 비용보다 싸게 한다고 안내한 것은
환자 유인도 알선도 아니라는 것. 이를 계기로 의사나 병원이 좀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광고하는 문호가 열렸다.
2010년 가격 명시-이벤트 프로모션까지 가능
서울 강남 C안과는 2008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라식 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광고 배너를 게재했다. 또, 이 사이트 회원들에게 집단 이메일로 이를
알렸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이 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고발했다.
이 병원은 1심에서는 의료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법원은 2심에서 ‘할인가격
명시는 무죄’ ‘집단 이메일 홍보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인터넷을 통해 잠재
환자에게 가격을 알리고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것은 환자 알선이나 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이로써 라식 라섹 쌍꺼풀 교정 같이 병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비보험 항목은 가격도 광고할 수 있고, 선착순 할인모집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비보험 항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가격을 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용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여러 정보를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미용성형 같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암묵적인 가격 담합이 깨질
수 있기 때문. 해당 병 의원들의 가격인하와 광고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2005년 의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할 때 보험대상이 아니면
시장논리를 도입하자는 데 대부분 동의했지만 일부 단체가 가격공개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가격이 공개되면 덤핑세일처럼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논리였으나 가격 카르텔과 병원의 이익을 지키려는 몸짓으로 보였다.
이 변호사는 또 “만약 질이 낮아지거나 진료를 소홀히 해 의료사고가 생기면
의사 책임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은 일정수준 유지된다”며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속칭 ‘돈 되는’ 특정 진료과로 전공의 지원이 쏠리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