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 교수 해임사태 원인은 식약청?

대학에 보고자 신원 알려줘 해임 빌미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평소 의사들에게 의료기기의 부작용에 대해 철저히 보고해

달라고 독려해놓고 정작 이를 실천에 옮긴 의대교수들의 신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소속된

대학 이사장에게 고스란히 알려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평소 부작용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홍보한 것과는 달리 실제 법 규정에는 의사나 환자가 부작용에 대해서 신고할 수

없고 의료기기 회사나 병원만 보고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기 또는 의약품의 부작용은 병원 수익 또는 소송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병원은 웬만하면 보고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식약청은 의사들이 양심과 용기에

따라 보고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할 원칙을 어기고

인사권을 가진 그 조직 상층부에 알려줬고 병원에서 의사들을 해임하는 사태까지

불렀다.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는 결국 지난 15일 해임되는 극한적인

조치를 받았다. 이들 교수는 같은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 환자

20명에게 발생했던 부작용 29건을 2008년 12월 식약청 의료기기 안전국에 보고했다.

이들은 2008년 초부터 여러 차례 병원장에게 공식, 비공식으로 해당 의료기기의 부작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병원 측은 그러나 관련 위원회 소집 등 자체 검증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고 두 교수는 식약청에 직접 부작용을 보고했다.식약청은 작년3월

이들의 보고서를 접수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기기위원회를 열었다. 결론을  “CARVAR

수술 부작용이 의료기기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내면서 종결 처리했다.

당시 치과의사가 위원장이었던 위원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부작용을 보고한 두 교수에게는 문제의 시작이었다. 식약청은 건국대 이사장에게

수술 부작용 보고자가 누구인지, 어떤 보고서를 냈는지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건국대는 2007년 서울아산병원을 퇴직한 송 교수를 병원으로 ‘모셔 오면서’

‘송명근심장외과클리닉’을 신설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영문을 모르는 대학 상층부가

심장내과 교수들에 대해 노여워했을 것은 자명한 일. 건국대 병원과 대학 측은 이

때문에 작년 내내 해당 교수들을 징계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의료기기법상 부작용 보고 주체인 건국대 재단 이사장에게 공식입장을

문의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교수 개인이 보고를 해와 의료기관장이기도

한 건국대 이사장에게 공식입장을 내도록 한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보고한 개인 신원이 노출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 두

교수 해임 사태에 식약청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보고했다가 해임된 교수들의 주장은 다르다. 식약청 설명대로

의사가 보고자격이 없다면 자신들이 부작용을 보고했을 때 바로 보고서를 반려했어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해임된 유규형 교수는 “의료계에서 부작용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이를 다른 의사들처럼 보고했을 뿐”이라며 “대학 이사장에게 보고자 신분을

굳이 알려준 대목에서 악의성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다른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미온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CARVAR 수술의 안전성 논란이 일자 학계 및 언론계에서 송 교수가 냈다는 동물실험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수차례 “소관사항이 아니다”며 정보공개를

회피해왔다.

식약청은 그러면서도 지난해 7월 의료기기 부작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며

의사와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 이렇게 하세요”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수술을 한 송 교수가 학계의 요구에도 한 번도 부작용을 공개하지

않아 용기를 내 당국에 보고했던 것”이라며 “사태가 교수 두 명의 해직까지 이르는데

식약청의 보고자 신원 공개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법상 부작용 보고자로 돼 있는 ‘의료기기 취급자’의 범위도 의료기기

제조 수입 수리 판매 임대업자 및 의료기관 개설자 등으로 한정돼 있는 법 규정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나 의료기관에서는 부작용이

널리 알려지면 수익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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