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 “힘들어!” 신호보냈다
국내 심리학적 부검 사례 분석
“나 힘들어” “사는 게 진짜 싫어” “잘 살아.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거니까
잘 간직해”
삶이 힘들고 짜증난다고 한번 해보는 넋두리가 아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나를 붙잡아 달라”는 마지막 절규일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지난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살사망자
심리적 부검 및 자살시도자 사례관리서비스 구축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경찰서를 통해 접근한 사례 하나와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접근한 14사례
등 열다섯 사례 가운데 자살 원인과 경과 조사에 성공한 사례 7건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심리학적 부검이란 자살자가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정황을 여러 경로로 조사해
가족이나 사회가 그 원인과 경과를 명확하게 알도록 하기 위한 조사를 뜻한다. 자살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인터뷰가 토대가 되기 때문에 심리학적 부검은 유가족 등 주변
인물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번 원인경과 조사를 통해 자살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릴 때 가정이나 경제 환경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고 ▽성장 과정에서 자아 존중감이 낮아져 성인이 돼서도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고 ▽자살 당시에는 우울해 하는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은 “자살을 택한 사람들은 죽겠다는 의지와 살고
싶다는 의지를 동시에 갖는다”면서 “그러나 자살 시도하기 전에 붙잡아 달라는
신호를 주변에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주변 사람들은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 신호를 알아챌 수 있다”면서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술이나 마셔라’ 같은 말은 위로가 안되고 오히려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시행한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서비스
체계 구축’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민성호 교수팀은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간 환자 중에 동의해 준 75명을 상대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살 시도자와 가족에 대해 정신보건 전문 간호사들이 전화상담이나
면접 상담, 가정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가족들은 대부분 ‘자살(시도)자 가족’이라는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고, 남들에게 숨기려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61%는 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응급실에서 정신과로 진료를 의뢰하는 비율이나 자살 시도자들의 정신과 치료
순응도는 높아졌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살 시도자에 대해서 지속적인 상담을 제공할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사례관리를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과의 자살
재시도 여부를 비교하는 후속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