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뽑은 올 의료계 10대뉴스
1위는 ‘신종플루 대란과 손씻기 열풍’
2009년은 어느 때보다 건강과 의료에 대한 이슈가 들끓는 해였다. 코메디닷컴은
올 한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건강 의료 분야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이 설문결과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교수, 코메디닷컴 자문의사 등 5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집계했다.
①신종플루
대란과 손씻기 열풍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가 세계를 강타했다. 신종플루의 정식 명칭은
‘2009 인플루엔자A(H1N1)’. 1918년 스페인 독감과 사촌지간으로 여겨졌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지만 전염성은 강하다. 국내에선 5월초 첫 환자가 발생한 뒤 8월 15일
첫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국가 전염병 위기단계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 아래인 ‘경계’ 단계. 의료진, 학교, 노인, 임신부 등을 시작으로
예방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장염과 눈병 환자가 격감하기도 했다.
②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장기기증 서약서 바람
김수환 추기경이 87세를 일기로 2월 16일 오후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ㆍ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김 추기경은 선종 전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고 그의 각막은 두 명의 시각 장애인에게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장기기증과 자원봉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구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배현석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입증하는 ‘종교 유명인사의 사회적 영향: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과 자원봉사에 미친 파급효과’란 논문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뒤 각막 기증을 서약한 사람이 하루 평균 21명에서 800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말 ‘헬스커뮤니케이션 저널(Journal of Health Communication)’에 실릴
예정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장기기증희망자가 17만695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7만59명이 기증의사를 밝힌 것에 비하면
2.5배 늘어난 것이다.
③탈크 석면 파동
식품의약품안전청은 4월 초 덕산약품이 공급한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면서
이를 공급받은 120여개사 1200여 품목에 대해 자진 회수 조치를 취했다. 식약청은
해당 의약품이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판매금지와 회수 조치 방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에게서 ‘탈크
공황’이 일어났다. 제약업계는 1000여 억 원 이상의 물질적 피해는 물론, 기업 신뢰도가
실추되는 악재를 만났다고 반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안전하다고 허가를 내줄
때는 언제고, 사회적 문제가 되자 뒤늦게 기준도 없는 탈크 수치를 만들었다”면서
“이제 와서 문제가 있으니 관련 제품 모두를 폐기 처분하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④첨단의료복합단지 충북 오송, 대구 신서 공동 선정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 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됐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30년간 모두 5조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입지가 두 곳이 선정되면서 투입
예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단지에는 △첨단신약 개발지원 시설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 시설 △각종 연구지원 시설 등이 조성된다. 그러나 서울, 경기, 강원, 인천,
대전 등 탈락한 지자체가 반발, 독자적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에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의료산업의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⑤제약사 리베이트 근절 놓고 들썩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2개 제약사 등 7개 제약사가
약 2000억 원 규모의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 등을 잡고 시정 명령과 함께 모두
20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복지부는 8월 리베이트가 적발된 의약품은 약가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약가인하 기준은 처방되거나 판매된 약제비의 총액 대비 리베이트
총액 비율로 하되 상한선은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리베이트 제공이 반복되면
해당 의약품에 대해서 약 값을 추가로 30% 인하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개선안 발표를 내년으로 미루는 등 혼선이 일었다.
⑥U-Health 도입 본격화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원격 화상치료 등의 의료 및 치료기술이 현실 속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던 환자들이나 특수 계층의 사람들을 위해
사용됐던 U(유비쿼터스)-헬스 서비스가 이젠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확대된 것.
보건복지가족부는 도서, 벽지 등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취약지
거주자, 교도소 재소자, 선박 탑승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고, 장애인·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재진 환자에 한해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원가 의사들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대학병원
환자쏠림을 가속화시켜 개원가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시는 U-헬스케어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사회취약계층 만성질환자의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전문 의료진에 의한 건강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식경제부는
의료 서비스와 IT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케어 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⑦대법원, ‘존엄사’
허용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중인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식물인간이 된 모친의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김 모씨(76)의 자녀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 5월
내렸다.
이를 계기로 의료단체가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지침’을 제정·발표했다.
지침에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적용하거나 중지할 상황에서 의료인에게
행위의 범위와 기준이 될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기본원칙과 주요내용, 절차 등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는 현재까지 6개월 이상 자발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어 존엄사에 대한 찬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존엄사
논란’은 2008년 코메디닷컴의 특종보도로 이슈화됐다.
⑧산부인과 의사들 ‘낙태 근절 운동’ 논란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불법 낙태를 근절하겠다고 적극 나섰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은 12월 28일 전국의 산부인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낙태근절운동을 위한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출범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 위기에
처한 임신부가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는 상담실인 ‘낙태구조센터’와 낙태시술병원에
대한 제보와 고발을 받는 ‘낙태제보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들의 움직임이 순수한 동기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다”며
“낙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육아환경 조성, 피임법 보급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의사만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이들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⑨해외 환자 유치 허용 이후 의료관광 활성화?
5월 외국인환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것을 허용한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서 건강검진센터와
성형외과, 안과, 치과 등이 외국인 환자 유치경쟁을 벌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의료관광특구 지정 등 의료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외국인 환자들 환자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 환자들만을 위한 패키지 여행상품이 등장했는가 하면 전문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들도 육성되는 등 관련 업계가 꿈틀댔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병의원들에게
참여를 다그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복지부가 정부업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해외환자 유치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거주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해외환자로 분류하고
있다”며 “2008년 해외환자 2만7,480명 중 10% 가량이 주한미군인데 해외환자 유치사업이란
말 그대로 해외에 있는 환자들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도록 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진흥원은 아전인수격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한미군까지 실적에 포함시켜놓았다”고
지적했다.
⑩영리의료법인 논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이른바 영리병원 도입을 놓고 논란이 구체화됐다. 특히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한 영리의료법인 관련 연구용역결과가
서로 달라 지식경제부와 복건복지가족부가 갈등을 빚고 여론이 엇갈렸다. KDI는 진료비
하락, 생산유발 효과 등 긍정적 효과에 집중한 반면 진흥원은 중소병원 도산 등이
부정적 효과를 발표했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포함한 의료산업화 문제는 2004년부터
경제 관련 부처와 복지부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으며 내년에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