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약값인하, 줄다리기
복지부, 행정법원 8% 인하안 안 받아들여
보건복지가족부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약값을 8%만 내리라”는 내용의 행정법원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과연 올해 안에 결말이 날지 관심이다.
지난해 6월 복지부는 백혈병 환자 및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글리벡
약값을 14% 인하하라는 장관고시를 냈다. 글리벡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는 이에 대해
“부당하다”며 지난 9월 보험 약값 인하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복지부의 직권고시에
제약사가 정면으로 반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법원에서 복지부와 제약사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는 14% 인하율은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시민단체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주장이어서 복지부와 시민단체 사이 신경전도
예상된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성태 사무관은 “14% 약가 인하안이 꼭 유지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8% 인하는 부당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조정은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바티스는 8% 인하 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었지만 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행정법원 제3행정부의 조정권고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지난 17일 제출함으로써 8% 인하 수용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약가 인하율은 이르면
올해 말 법원판결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후에도 항소 등을 통한 갈등 가능성이
있다.
14% 인하율은 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에서 최종적으로 산출했다. 장관고시로 발표된
것인 만큼 복지부가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폭적인 약가인하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는 이번 복지부의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송현숙 사무국장은 “14% 인하폭도 흡족하지 않은데 더
축소시키는 데에 반대한다”며 “복지부는 이번 소송에서 최선을 다해 승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노바티스는 시민단체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약값을 강제로 인하하는 것은
적절한 조정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약이다. 지난해 6월 백혈병 환자와 시민단체는 글리벡의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복지부에 약값 조정신청을 냈고 1년여의 진통 끝에 정부는 14%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글리벡 100㎎의 약값을 2만3,044원에서 1만9,818원으로 인하한다고 고시했고
노바티스는 약값 직권 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