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걸음마 늦은 이유
말은 출산 즉시 걸음마…인간과 뇌 크기 달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 동물은 태어난 후 첫 걸음을 떼는 것이 발육과정의
이정표가 된다. 그런데도 말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걷고 인간의 아기는 첫
걸음마까지 1년이 걸리는 등 동물들이 첫 걸음을 떼는 시기가 저마다 다른 이유는
그동안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최근 스웨덴 연구진은 그 이유가 뇌의 크기 때문이며 뇌가 클수록 첫 걸음을 떼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덴 룬드대의 신경생리학자인 마틴 가르위츠 교수 팀은 쥐와 흰족제비는 기거나
걷는 성장 발달 과정이 비슷하지만 그 속도는 쥐가 더 빠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두 동물 외에 다른 포유류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인간 양 침팬지 기니피그 낙타 하이에나 등 포유류 동물 24종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 신체 사이즈, 성장 후 뇌 질량 등을 측정, 분석했다.
그 결과 성숙한 뇌의 질량 차이가 임신부터 첫 걸음을 뗄 때까지의 기간이 동물마다
다른 이유의 94%를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간처럼 뇌가 큰 포유류일수록 뇌
질량이 적은 동물보다 걸음마를 완전히 익히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특히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더 복잡할 뿐만 아니라 두 발로 걷는 위업을 달성했다.
포유류 동물마다 걷는 시기에 차이가 나는 이유의 3.8%는 손발 구조의 기능이
종마다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인간처럼 뒤꿈치로 걷느냐 고양이처럼
발가락으로 걷느냐 등 해부학적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뒤꿈치로 걷는 동물이
걷기를 배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이런 방법은 더 복잡해서 더 많은 뇌 능력을
요구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말 같은 몇 종류의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걷는 것은 임신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사실 말은 태어난 후부터 걷는 것이 아니라 태아기부터 이미 걸을 수 있다.
연구진은 걷기 능력을 습득하는 시기는 포유류의 진화와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9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