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백혈병 치료 받고싶어요”

중국서도 ‘백혈병 임상시험 참가’ 문의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 부속병원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백혈병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되는지요?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가지

않고도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있는지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지난 10월 회의 참석차 간 두바이에서

메일을 체크하다가 깜짝 놀랐다. 국내 제약회사가 새로 개발중인 백혈병 표적항암제

임상시험에 참가하고 싶다는 중국 환자의 이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어떻게 알았는지 수소문했더니 한국에서 김 교수에게 치료받았던

한국 국적의 조선족 환자가 중국 백혈병 환우회 홈페이지에 새로운 백혈병치료제가

한국에서 개발 중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었다.

이 중국 환자가 관심을 가지고 임상시험에 참가하고 싶다는 신약은 일양약품이

개발중인 IY5511로 IY5511은 CML의 원인이 되는 bcr-abl 유전자와 결합해 백혈병을

일으키는 Bcr-Abl 단백질이 활성화 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이 예정된 인도, 태국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이들 나라의 CML 환자들은 글리벡보다 싼 값에 치료 효과는 더 좋은 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해외 임상시험의 의의는 또 있다. 임상시험이 실시된 나라는 추후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이 약이 출시되자마자 바로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이들 3개 국의

환자 수만 비교해도 국내보다 훨씬 큰 시장이 한꺼번에 열리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간 3조~4조 시장으로 추측하고 있다.

IY5511은 국내에서도 기존 CML 치료제인 글리벡을 대체할 약으로 평가 받고 있다.

IY5511은 동물실험에서 글리벡보다 20배 이상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

6월에 끝난 1상 임상시험에서 연구에 참여한 글리벡 내성 환자 22명 중 73%인 16명이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용량은 1000mg까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글리벡 같은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가톨릭대, 전남대 등에서 올 7월부터 시작됐고 임상시험

기관은 곧 1월에 9개 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중국에서 연길재생병원을

비롯한 4개 병원을 비롯해 인도, 태국 등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백혈병 치료제 같은 약은 2상 임상시험에서 ‘25% 이상 효과’만 입증돼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IY5511의 2상 임상시험 목표는 150명. 약 40명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국내에서 만든 표적항암제가 선을 보이는 것이다.

CML은 필라델피아 염색체라는 이상 염색체가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생겨

백혈구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병이다. CML 환자의 95% 이상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된다.

CML은 10만 명 당 0.5~1명 꼴로 발병하며 전체 백혈병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약 2000명 정도 CML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톨릭대에서 1984~2006년 사이에 CML으로 치료받은 환자 968명을 조사했더니

평균 37세에 CML이 발병하고 남자가 1.6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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