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팬 혈서, 의학적으로 본 이유는?

자아 미성숙, 스타와 자신 동일시

최근 2PM, 샤이니, 엠블랙, 비스트 등 아이돌 그룹의 일부 멤버에게 대해 일부

‘광팬’의 ‘엽기적인 사랑이 표출된 이른바 ‘생리혈서’ ‘동맥혈서’가 온라인에서

논란이다. 2PM 멤버 옥택연의 한 팬은 자신의 생리혈을 이용해 스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으며 엠블랙 멤버 이준의 팬은 자신의 동맥혈로 사랑을 드러냈다. 스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인형, 그림, 편지 등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극단적인

혈서로 이어졌을까?

광팬 혈서, 의학적으로 본 이유는?

‘서른살 심리학’의 저자인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은 “혈서는

자신의 극단적인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예전부터 사용되곤 했는데 청소년의

심리상태로 봤을 때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아닌 다른

가족 형태를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혈서를 통해 피가 섞인 가족처럼 자신과

하나며 끈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생리혈은 조금 더 성적이고 감추고 싶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지만 고통을 수반하는 동맥혈은 좀 더 가족적이며 더 관심을 끌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동맥혈서는 은밀한 생리혈보다 더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경쟁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의 주된 팬은 초중고생으로 대부분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사춘기 소녀들이다. 이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난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가 새로운 이상을 찾는 시기다.

이 시기에 이상적인 인물이 나타나면 아직 자아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은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스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과대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을

넘어서 망상에 빠지기 쉽다.

망상이란 사고의 이상 현상으로 없는 사실을 있다고 확신하는 식이다. 과대망상인

사람은 자신의 중요성이나 능력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쓰거나 일을 벌여 경제적 또는 법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과대망상은 사소한

계기에 의해서 생각이 무한히 확대 해석되는 특징이 있다. ‘돈’을 생각하다가 무턱대고

은행에 찾아가 ‘내 계좌에 돈 50억 원이 있는데 모두 당장 현찰로 인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보여진 일부의 모습만으로 그들의 정신상태가 어떤지 판단할

수는 없다. 주변의 관심으로 그 원인을 찾아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혜남 소장은 “청소년의 이런 행동을 병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어른이

피로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등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청소년은 쉽게 충동적이 되고 변덕이 죽끓듯하며 아직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명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는 “혈서로 스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행동은 분명 위험하고 불쾌함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라며 “그러나 이런 행동을

한 당사자에게 무조건 왜 그랬냐고 다그칠 게 아니라 당사자가 어떤 상태인지 부모

등 주위 사람들은 명확히 평가하고 그 원인을 찾아야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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