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없이 인간기억 지울 수 있다
공포 불안장애 치료 새길 열어
약물 없이 행동요법만으로 두려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다니엘라 스킬러 교수팀은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이용해 나쁜 기억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포함한 여러 불안 장애를
약물 치료 없이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유색의 정사각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약한 전기
자극을 줘서 이 이미지에 대한 공포심을 갖도록 한 후 피부의 습도를 측정해 공포
반응 정도를 수치화 했다.
그 뒤 실험대상자들의 공포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도록 그 이미지를 다시 보여주되
전기 충격은 주지 않는 ‘소멸훈련(extinction training)’을 했다.
그 두려움은 소멸훈련을 통해 사라졌다. 6시간 내에 소멸훈련을 받은 사람의 기억소멸
효과가 컸다. 두려움을 느끼고 6시간이 지난 후 소멸훈련을 받으면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기억이 뇌에 저장되기 전에 이를 변형시킬 수 있는 기간이 있고 그 기간
안에 소멸훈련을 하느냐 여부가 기억을 없앨 수 있는 관건임을 보여준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응고화(consolidation)라 한다. 오래된
기억이라도 의식 속으로 일단 불러내면 그 기억은 다시 응고화 과정을 거쳐 굳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을 재응고화(reconsolidation)라고 한다. 연구진은 재응고화 과정에서
소멸훈련을 통해 나쁜 기억을 없애고 기억을 다시 형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내용의 동물실험은 있었으나 이번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주목받았다.
이번 방식은 비교적 단순한 공포 기억을 유발한 것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심각한 불안 증세에 바로 적용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직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엘리자베스 펠프스 교수는 “뇌는 원래의 사건보다 마지막 복구된
기억을 반영하기 때문에 공포를 조절하는데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에 실렸으며 미국 방송 ABC 뉴스, 영국 방송
BBC 인터넷판 등이 10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