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자 표시 성공
뇌에 전극 이식한 간질환자 실험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개발해 냈다. 지금까지는 정교한 카메라가 안구 움직임을 추적해
모니터에 글자를 표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 기술은 환자가 ‘생각’을 하면 컴퓨터가
그 뇌파를 읽어 모니터에 글자로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제리 시 박사는 간질환자
2명의 뇌 피질에 전극을 삽입해 뇌파를 측정했다. 보통 뇌파는 두개골 표면으로 나오는
미세한 전류를 측정하지만 연구팀은 뇌세포의 활동을 직접 알 수 있도록 수술을 통해
뇌의 피질에 전극을 삽입했다.
두개골 밖으로 나오는 전류는 두개골을 통과하는 동안 전류가 뇌척수액, 3중으로
된 뇌막, 두개골, 피부층을 지나면서 왜곡되기 때문에 뇌의 직접적인 정보를 알 수는
없지만 전류를 뇌피질에서 직접 측정하면 뇌의 활동을 보다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시 박사는 “지금까지는 두개골 바깥에서 전류를 측정했기 때문에 뇌-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뇌의 정보를 컴퓨터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뇌세포의 전류를 직접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박사는 “미국에서만 2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앞으로 이런 뇌-컴퓨터 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초보적인 기술이지만 뇌파를 이용해 물건을
움직이는 기술은 먼 미래가 아니라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대상이 된 환자들에게는 간질을 유발하는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뇌피질에
직접 전극을 삽입했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환자들은 뇌파의 전기 신호를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컴퓨터 앞에서 훈련 받았다.
환자들이 바라보는 모니터는 6×6개의 격자로 칸이 나뉘어 있었고 각 칸에는
알파벳이 한 글자씩 적혀 있었다.
특정 알파벳이 깜박거리면 환자들은 깜박거림에 집중을 했고 컴퓨터는 이 때 발생하는
뇌파를 저장했다. 일정 기간 훈련이 끝난 후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특정 글자를 떠올리도록
주문했고 환자들이 특정 글자를 생각하면 컴퓨터는 이때 발생한 뇌파를 기존에 저장된
뇌파와 비교해 글자를 모니터에 표시했다.
시 박사는 “연습을 통해 컴퓨터가 환자의 의도를 거의 100%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면서 “기존 두개골 밖에서 측정했던 실험과 비교해 컴퓨터가 환자의
의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컴퓨터가 특정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환자의 뇌파를 연속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더 개발되면 몸에 전극을 이식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컴퓨터를 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개발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의수 같은 특별한
보조 장치가 필요한 사람들이나 루게릭병,
척추 마비 환자 같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보스톤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간질학회(the American Epilepsy
Society) 연차학술대회에서 발표됐고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과학웹진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7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