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음료 과신하면 큰 탈나요”

충분한 해소성분 들어있는지 의문

연말 송년회를 위한 술모임이 잦아지면서 숙취해소음료를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5일 CJ 제일제당에 따르면 매년 12월 숙취해소음료 매출은 다른 달 매출보다

30% 정도 높다고 한다.

대표적인 숙취해소음료로는 CJ 제일제당의 컨디션, 그래미의 여명808,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등이 굳건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조아제약에서 출시한 간장약 헤포스

또한 입소문을 타고 숙취해소제로 자리매김했다.

각 숙취해소음료 회사에서는 해당 음료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은 간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혈액 속에 떠다니며 여러 숙취 증상을 발생시킨다. 알코올이 간에서 1차로 분해될

때 물, 탄산가스, 아세트알데히드 등 세 가지 물질로 분해되는데 아세트알데히드는

알코올보다 더 독한 성질을 갖고 있다. 주로 헛개나무추출물, 글루메이트 등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위해 숙취해소음료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간장약으로는 숙취해소음료로 유일하게 알려져 있는 헤포스는 간장질환 약이지만

애주가들 사이에서 술 깨는 약으로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지금은 제법 찾는 사람이

많다. 주성분인 아르기닌이 암모니아 독소가 간에 축적되지 않고 요소로 합성돼 체외로

배설되도록 함으로써 간세포를 보호한다는 원리다.

이처럼 다양한 숙취해소음료의 효과에 대해 전문의들의 평가는 다소 회의적이다.

전문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진 음료인 만큼 제대로 된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숙취를 줄이는 데에는 술을 줄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게 혈액 내에서

숙취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데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분해과정은 간에서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며 “사람마다 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해 속도가 다른데

음료가 어느 과정에 효과를 주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확실히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장약도 파괴된 간을 메우는 보호효과는

있지만 술을 먹기 전 잠깐 마시는 간장약이 어느 정도 효과를 줄지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

음료 한 병에 들어 있는 성분의 양이 숙취해소 효과를 내기에는 극히 적다는 의견도

있다. 한 약대 교수는 “음료에 들은 성분이 숙취해소 효과를 낸다는 임상 연구결과는

있지만 약 하나에 해당 성분이 효과를 줄 정도로 들어가려면 지금 드링크제에 들어있는

정도의 용량은 터무니없이 적다”며 “숙취해소에 도움을 줄만한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음료를 만들어 판다면 적어도 2만~3만원 정도에 팔려야 제약사로서는 수지가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취해소음료에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부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알코올질환전문 다사랑병원 전용준 원장은 “음료에 들은 수분,

미네랄, 당분은 대사를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해독작용을 빠르게 하는 데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트 알데히드 성분이 빨리 제거되면 간의 숙취가 제거되는 반면 머리를 맑게

만드는 데에는 당분이 좋은 작용을 할 수 있다. 박민선 교수는 “당분은 두뇌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두뇌가 바로 쓸 수 있는 성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머리가 깨는 걸

생각한다면 다음날 숙취를 느낄 때 꿀물을 타서 먹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숙취해소음료의 효과를 전적으로 믿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수헌 교수는 “전문치료제가 아닌 만큼

숙취해소에 확실한 도움을 준다고 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도 음료를 맹신해

과음을 한다면 숙취해소음료를 안 마시느니만 못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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