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식약청의 황당 실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어린이 감기약 표시를 위반했다며 제약사 4개의 이름을 30일
공개했지만 발표 한나절도 되지 않아 그중 3개사가 위반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식약청은 2세 미만 어린이에게 사용금지조치를 내린 감기약 성분에 대해 해당
제약업체들이 용법·용량 표시기재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지난달부터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점검했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해 4월 염산슈도에페드린 등 26개 일반 감기약 성분이 안전하거나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 이 성분이 들어간 국내 의약품 166개 품목에 대해서 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사용을 금지했다.
식약청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30일 오전 9시 보도자료를 배포, 표시기재를 위반한
업체 4개사 및 4개 품목(10개 로트)을 발표했다. 발표된 업체는 근화제약, 코오롱제약,
일동제약, 씨제이제일제당이었다. 황당하게도 이날 오후 근화제약의 1개 품목(4개
로트)을 제외한 3개 개사 및 3개 품목(6개 로트)은 표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코오롱제약의 경우 충북 청원의 감시원이 유통기한이 2011년 2월 12일인 제품을
2011년 12월 12일로 잘못 판단했다. 경기도 화성의 감시원이 사용기한이 3년인 일동제약
제품을 2년으로 잘못 산정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전북 진안감시원이 ‘용법·용량’을
점검하지 않고 검검내용이 아닌 ‘사용상 주의사항’을 점검했다.
모두 어처구니 없는 실수인데다 식약청은 보도자료 배포 후까지 이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잘못이 없는 제약사 3곳이 매출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됐다.
오류를 확인한 식약청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부랴부랴 수정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기사가 퍼질대로 퍼진 상태였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이었다.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지자체 소속 감시원이 전국 약국을 대상으로
일제단속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식약청은 지자체의 점검결과를 근거로 위반업체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사실확인보다 실적을 올리고 싶은 의욕이 앞서 감시원의 단순 실수조차 집어내지
못한 것일까. 가뜩이나 올해 들어 발생한 탈크 파동 등 의약품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식약청의 실수는 제약사들의 불만과 소비자들의
불신만 더욱 키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