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만 처방?” 의약계 ‘진통’ 중
복지부 입법예고에 학계-제약사 반발
아스피린을 제외한 모든 항혈전제를 2차 치료제로 분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아스피린을 생산하는 회사는 표정관리에 들어갔지만 학계와
일부 제약회사가 강력반발하고 있다. 항혈전제는 피를 묽게 만들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으로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치료에 쓰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항혈전제는 먹는 아스피린만 1차 치료제가
되고 플라빅스 등 다른 성분 제제는 2차 치료제로 전환된다. 즉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말초동맥성질환 등에 아스피린를 우선적으로 단독 투여한 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다른 항혈전제를 2차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이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1차 약을 건너뛰고 2차 약을 쓰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항혈전제 시장은 몇 년 새 2배
성장해 현재 4000억 원 이상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별도의 건강보험급여 기준이
없어 그동안 약의 오남용, 약가 부담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며 “이번
고시 개정안은 2007년부터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종합하고 비용과 효과면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4일까지를 의견조회 기간으로 정해 제약사, 학회
등의 의견을 검토한 후 내년 1월 1일 쯤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
이번 고시개정안에 대해 대한뇌졸중학회(회장 김종성)와 대한심장학회(이사장
박영배)는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두 학회는 26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다수의 뇌졸중
및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두 학회는 “현존하는 미국과 유럽의 어떤 지침에도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환자의 재발방지를 위해 아스피린 외의 다른 약제의 사용을 금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며 “많은 약제들이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아스피린보다 나은 점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이 권고되고 있는데
이번 고시로 인해 수 십만 환자들이 다시 아스피린으로 약제를 바꾸는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정부가 학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고시개정안을 밀어붙일
경우 항혈전제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제약사는
아스피린제제를 판매하는 바이엘(아스피린프로텍트, 1정 77원), 제네릭을 판매하는
보령제약(아스트릭스, 43원), 한미약품(한미아스피린, 61원) 등이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을 말한다.
현재 아스피린제제 중 매출액 1위는 아스피린프로텍트, 처방량
1위는 아스트릭스다. 특히 올해 초 ‘베이비파우더 석면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보령제약은 이번 정부 정책이 위기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 2의 아스피린으로 불리며 지난해 매출액만 1055억 원에
이를 만큼 항혈전제 시장 최대 품목인 플라빅스를 보유한 사노피아벤티스를 비롯해
20여개의 제네릭 생산 업체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타격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품목은 플라빅스(사노피아벤티스, 1정 2168원), 플라비톨(동아제약, 1734원), 플래리스(삼진제약,
1734원), 프레탈(오츠카제약, 458원), 디스그렌(명인제약, 514원) 등 매출 상위 품목이다.
이중 전체 매출에서 이들 약품의 비중이 높은 삼진제약과 명인제약은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