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 장수연구 또 ‘성큼’
서유신 교수, 텔로미어의 역할 입증
한국인 과학자가 노화의 열쇠를 풀고 장수시대를 앞당기는 연구에서 또 하나의
굵직한 연구성과를 냈다.
미국 앨버트아인슈타인 의대 서유신 교수 팀은 아슈케나지 유대인을 대상으로
장수에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서 텔로미어가 장수와 실제 연관돼
있음을 입증했다. 서 교수는 텔로미어 연구의 세계적 대가로 서울대의대 생화학과
박상철 교수를 비롯한 한국 과학자들과 함께 노화로 인한 병과 장수와 관련한 각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유대인인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슈케나지 유대인은 대체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낮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향이 있어 심장병, 당뇨병 등 수명과
연관된 질병에 덜 걸린다.
서 교수 팀은 평균 나이 97세인 아슈케나지 유대인 86명과 이들의 자손 175명,
평균 수명인 일반인 93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를 비교분석했다.
모든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복제되지만 염색체의 끝 부분은 완전히 복제되지
못하고 점점 길이가 짧아진다. 이 끝부위를 뜻하는 말이 ‘텔로미어(telomere)’이고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가 ‘텔로머라제(telomerase)’다. 텔로머라아제가 감소를
거듭해서 텔로미어가 최대한으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복제되지 못하고 사멸한다.
텔로미어는 의학계의 최대 화두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엘리자베스
블랙번, 존스홉킨스의대 캐롤 그라이더, 하버드의대 잭 조스택 교수 등 3명은 텔로미어의
비밀을 벗겨낸 공로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서 교수 팀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 질문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긴
사람이 장수하는가”와 “만약 그렇다면 인위적인 유전자 변이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를
늘릴 수 있을까” 두 가지였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질문 모두 “그렇다”고 결론지었다. 연구 대상인 유대인
장수 노인과 이들의 자손은 일반인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었으며 텔로머라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가 활성화돼있었다.
서 교수는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모방한 약물을 개발하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 노화로 인한 질병에 덜 걸리고 결과적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방송 BBC 온라인판 등이 14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