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심해 간질환자 이혼율 높아
고려대 교수팀 조사, 실업율은 1.7배
간질환자는 일반인보다 취업이나 결혼이 더 어렵고 실직과 이혼을 할 확률도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사진)팀은 전국 5개 대학병원에 내원하는
성인 간질환자 384명과 일반인 1540명 등 총 19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질환자는 일반인보다 교육수준과 취업률이 절반수준으로 낮았고 이혼율은 3배가량
높았다. 또 실업률은 일반인보다 1.7배, 미혼율은 2.6배 더 높았다.
간질은 뇌의 전기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인데 유전질환이나 정신질환이라고
잘못 알려져 왔다. 간질에 대한 이런 오해나 편견은 간질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정기영 교수는 “조사 결과는 간질에 대한 편견이 비교적 적은 서양보다는 유교문화권인
동양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이라며 “자녀에 대한 간섭과 기대가 큰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간질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합부분발작으로 멍해지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입맛을 다시는 것 등이지만 일반인이 발작 여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가장 잘 띄는, 갑자기 쓰러져 전신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이 일어났을 때 병원을
찾게 된다.
간질은 뇌 전기 흐름 장애일 뿐 유전-정신질환 아니다
정 교수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는 길어야 3분이고 간질환자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사람들에게 안겨준다”며 “간질에 대한 오해와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려면 간질환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다양한 교육 및 홍보활동을 펼쳐 사회적 인식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간질의 유병율은 0.5~2%정도이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간질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시행된 적이 없다. 정기영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해본 결과 0.3%의 유병율을 보이지만 병원을 찾지 않고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보통 간질은 신생아와 60대 이상 노인에게서 잘
나타난다.
대한간질학회와 대한간질협회는 최근 간질의 인식을 바로 잡기위해 ‘뇌전증’으로
명칭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운전면허 취득제한, 사보험 가입거부 등 일상생활에서
받고 있는 심각한 규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등 간질 환자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간질과 행동(Epilepsy and Behavior)’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