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2% 부족한 교육부의 신종플루 대책
아침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우려했던 대로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학교가 신종플루 확산의 진원지로 찍히면서 대한의사협회가 28일 “학생들이 백신을
맞을 때까지 전국의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심하던
교육 당국은 결국 “휴업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다소 모호한 결정을 내렸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장 중심의 대응체제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각 시도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학교장의 대응 능력 강화방안’을
수립해 31일까지 관할 학교에 통보토록 한 것. 지금까지는 교장이 휴업을 하려면
교육청, 보건소 관계자와 직접 협의했어야 했지만 이제 시도 교육청에서 지역사회
현황을 참고해서 마련한 방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왜 이제야 이러한 대처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가 서늘한 기후에서 잘 확산되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신종플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예측은 신종플루 확진자가 국내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는 점 또한 국민 대부분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능이 11월에 치러진다는 사실도 의무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고3 수험생에 대한 관리도 이제 와서 학교장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학교장이 전문의가 아니고 보건행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이상 난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고3 교실에는 이미 신종플루 노이로제가 만연하고 “신종플루 걸리면 재수하겠다”는
농담도 웃어넘길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개인에 대한 일일점검체계 강화, 환자
발생 시 즉시 치료, 생활리듬이 바뀌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정도가 교과부에서 고3
학생들을 위해 이번에 마련한 ‘특별 관리’ 방안이다.
교과부는 이 날 학원가에 대해서도 신종플루 의심 증세가 나타나는 학생은 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학원은 교육기관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교과부 지침을 잘 따라줄지 의문이다. 학원이 금전적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관리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막대한 돈을 냈는데 의심 증세만으로 학원에 보내지 않을까?
이번에 교과부가 마련한 대책은 시기도 늦었거니와 그 내용도 극히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휴업을 하는 학교가 전국적으로 300곳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에서 이제 교과부가
해야 할 일은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수업 결손에 대한
대책은 기본이거니와 끼니를 혼자 챙기기 힘든 맞벌이 집안이나 한 부모 집안의 저학년
자녀의 급식을 대체할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업 결손은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 수업을 통해 보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 필요한 것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세요'가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정책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