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종플루 공포는 국민 무지 탓?

[데스크 칼럼] 신종플루 공포는 국민 무지 탓?“영철이는 오늘부터 학교에 안간대. 신종플루 걸렸대. 그런데 걔 동생도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대. 이미 전염됐을 수 있으니까….”

“철이네 학교는 오늘부터 휴업이래. 이 반, 저 반에서 신종플루에 걸린 애들이

나오니까 말이야."

저녁 식탁에서 딸과 아내가 나눈 대화다. 철이네는 10년 동안 집안끼리 알고

지내 온 사이다. 아내는 식사 후 철이 네와 전화통화를 한 후 이상이 없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모습이다.

아이를 위하는 가정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번 신종플의 특징은 학교를 중심으로 ‘겁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신종플루 환자가 크게 늘어 하루 평균 3000명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전체

환자도 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도 27일 현재 29명에 이르렀다. 어제 4명이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는 등

이달 들어서만 16명이 숨졌다. 더욱이 별다른 질환이 없던 20대와 40대 여성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 비상시국이 아니라고 한다. 27일 정부종합대책 발표에서도

특별히 변화된 내용의 조치는 담고 있지 않았다. 전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기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과 일반인들은 “도대체

뭐하느냐”는 반응이 주류다.  

사실 24일 미국이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질병 자체가 심각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환자가 증가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진료를 위한 행정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신종플루 환자용 별도 진료소 설치, 병상 확보 등으로 이미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치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1000명 이상 발생했다고 ‘난리’지만 미국에서는

해마다 매년 20여 만 명이 계절독감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3만6000명

정도가 사망하므로 재앙이 왔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그렇다면 방역 당국 및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에 있어서 괴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첫째, 갈팡질팡 행정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역 책임자가

치료제의 특허권을 해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번복했다. 전문가들이

거점병원의 한계를 그렇게 역설했는데도 무시했다가 거점병원에 환자가 몰리자 웬만하면

동네병원을 이용하고 중환자만 거점병원에 오라고 하니…

둘째, 홍보에 대한 무관심 또는 홍보기술의 부족이다. 방역 당국은 ‘예의주시’하고

‘대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다각도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협조를 구해야 할 의사집단의 이해를 구하는 데에도

소홀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신종플루는 새 차원의 질병이므로 계절독감과

같이 바라보면 안된다”고 논평을 냈고 대한소아과학회는 “일률적 접종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고 두 달 동안 750만 명에게 접종하는 것이 무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금 같은 상명하달식 형태로는 신종플루 예방접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셋째, 정부의 엇박자이다. 행정안전부는 미국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자 지난

주말 보건복지와 충분한 의논도 하지 않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안에 대해 흘렸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백신 및 치료제 확보와 관련해서도 각종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겉으로 드러난 것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신종플루 유행이 ‘공황상태’인데도 정부가 보궐선거를 의식해 비상사태

선포를 미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발표문과

언론 인터뷰를 보면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의 무지 때문에 공포감이 번져서

문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의사가 환자의 환부만 집착하면 결코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가 없다. 명의는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방역 당국이 신종플루에 대한 효과적인 방역을

유지하려면 국민의 심리까지 헤아려야 한다. 또 의사가 갈팡질팡하면 환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일관된 홍보를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국민의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은 국민의 무지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알아야 공황상태에서 벗어날 실마리가 보인다.

    이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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