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스펙’따라 짝짓기 한다

못난 암컷은 못난 수컷만 좋아해

못난 암컷 새는 가까운 곳에 잘난 수컷이 있더라도 볼품없고 노래 소리가 형편없는

못난 수컷을 짝으로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최고로 잘난

짝을 만나려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처럼 ‘분수를 아는’ 행동을 새들이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연구진은 얼룩무늬금화조를 새끼 때부터 두 그룹으로 나눠

키웠다. 한 그룹은 2~3마리씩 짝지어 모이를 놓고 싸울 필요가 없는 유복한 환경에서

키웠고, 다른 그룹은 5~6마리씩 무리지어 모이를 놓고 싸우는 척박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렇게 무리를 나눠 놓자 유복한 환경의 수컷은 몸집도 크고 노래도 잘 불렀지만

척박한 환경에선 암수컷이 모두 못나게 자랐다.

연구진은 이렇게 키운 암컷 24마리를 새장 안에 넣고 잘난 수컷과 못난 수컷의

노랫소리를 들려주면서 새장 속의 빨간 단추 2개 중 어느 쪽을 누르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잘난 암컷은 잘난 수컷을, 못난 암컷은 못난 수컷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 암컷을 수컷과 한 우리에 넣어 짝짓기를 시켜 봐도 잘난 암수끼리,

못난 암수끼리 짝을 이룰 때 더 빨리 교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못난 암컷과 잘난

수컷을 한 우리에 넣어 주면 교미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끼리끼리 만나려는 얼룩무늬금화조 암컷의 이런 행동에 대해 연구진은 “과분한

수컷을 만나면 더 잘난 암컷에게로 수컷이 도망가 ‘이혼’하게 되는 사태를 암컷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못난 암컷이 잘난 수컷과 교미를 하면 더 큰 알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분한 수컷을 맞이한 암컷이 알에 더 큰 노력을 쏟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로닝겐 대학의 팀 포셋 교수는 “놀라운 연구 결과”라면서 “다른 동물들에서도

이런 양상이 발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7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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