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해설]노화연구 실마리 제시
암세포 원인도…“새 항암제 개발 기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노화와 암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인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현재 세계 과학자들이 앞 다퉈 연구 중인 `세포노화이론'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텔로미어와 새 항암제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한 텔로머라아제의 연구에
토대를 마련한 점을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텔로미어가 발견된 뒤
의학계에서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를 조절하면 암과 노화를 예방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라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복제되지만 염색체의 끝 부분은 완전히 복제되지
못하고 점점 길이가 짧아진다. 이 끝 부위를 뜻하는 말이 ‘텔로미어(telomere)’,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가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잭 조스택 교수는 텔로미어가 인간의 수명 및 암과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 동안은 유전자의 끝 부분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들이 텔로미어의 역할을 규명한 것이다.
캐롤 그라이더 교수는 텔로미어를 일으키는 텔로머라아제 효소의 역할을 밝혀냈다.
텔로미어가 최대한으로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복제되지 못하고 사멸한다. 일종의
‘생체시계’인 셈. 이렇듯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 나아가 인간의 노화에 관여한다.
이론적으로는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켜 텔로미어를 유지하면 노화가 지연되는 것이다.
노화이론에 따르면 세포노화는 세포의 자연적인 사멸을 뜻하는 것보다는 더 이상
분열할 수 없다는 뜻인데, 텔로미어는 이러한 세포노화이론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창오 교수는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면 텔로미어의
역할을 제한해서 세포가 계속 분열할 수 있게 된다”면서 “따라서 이 분야 연구는
곧 항노화 연구의 고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텔로미어 이론이 노화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암과 같이 비정상적으로 분열하는 종양세포에서는 정상적으로는 길이가 짧아져야
할 텔로미어에 이상이 생겨 세포가 미성숙한 상태에서 계속 분열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텔로머라아제의 기능을 억제하면 텔로미어가 정상화돼 종양세포의 과다한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유전자치료법의 일환으로 텔로미어가
정상적으로 짧아지게 하는 약을 개발하면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