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균 변종 원인 국내 연구진이 첫 규명
서울대-국제백신연구소, 미국학술원회보에 발표
콜레라 세균이 변종을 일으키는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팀과 국제백신연구소 김동욱 박사팀은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분석해 새로운 변종이 발생하는
원인과 병원성 세균이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과학저널인 ‘미국학술원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인터넷판에 실렸다.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100년 간 발생했던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모두 분석한
결과 변종 세균이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 파지’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나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하지만 박테리오 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킨 뒤 죽이지
않고 갖고 있던 유전자를 세균의 유전자 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세균의 성질을 변화시킨다.
연구진은 또 23종의 콜레라 세균으로부터 유전자 6천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콜레라
세균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전자 수는 수십만 개 이상에 이르며 이로 인해 언제든지
새롭고 더 강력한 병원성 또는 전염성을 지닌 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미생물 유전체 연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이번 콜레라
세균 연구는 병원성 세균의 진화 메커니즘이 규명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 탄저균, 이질, 장티푸스, 헬리코박터, 페렴구균 등 다른 병원성
세균의 변종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콜레라는 세균의 일종인 비브리오 콜레라에 의해 발생하는 설사병으로 적시에
치료 받지 않을 경우 빠르면 18시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레라는 약 2만 년 전부터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세기
이후 세계적인 대유행은 지금까지 7번으로 기록됐다.
천종식 교수는 “변이가 많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질병인 콜레라 원인균의
진화 메커니즘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변종에
대비하고 정확한 진단과 백신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적 토대와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영구 의의를 설명했다.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콜레라의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한 전염성 병원균의 유전체 DB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확보해 국가적인
위기 사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