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종플루 걸리면 자연백신 효과”
英 “일부러 걸리자” 붐…노약자는 위험
최근 신종플루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병원은
감염여부를 확인하려는 환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일부에서는 치료제 타미플루를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리면 일반 감기나 독감처럼
며칠 푹 쉬면 낫는다”며 “오히려 지금처럼 약할 때 신종플루에 걸린 후 이겨내면
면역력이 생겨 자연백신을 맞은 셈이 되므로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올 가을 이후 파괴력이 강한 변종 신종플루가 나타나면 인류의 재앙이 되기 쉬운데,
지금 약한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은 오히려 이를 대비해서 ‘자연백신’을 맞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28일까지 집계한 국내 신종 플루 환자 39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640명, 이 중 입원 중인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3900여 명 중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치사율을 따지면 0.08%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멕시코나 남미에서는 1~1.5%, 미국 등에서는 0.2% 이하로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반 독감의 치사율인 0.1%보다 높지 않고 과거
큰 문제를 일으킨 사스(SARS)의 10%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신종플루가 급속히 유행하고
있는 것도 증세가 원체 약하기 때문에 환자가 앓아눕는 대신 병에 걸린 줄 모르고
돌아다니는 탓이 크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보통 사람은 신종플루에 감염돼도 독성이 낮아
쉽게 회복되는 데다 나중에 따로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인체에는 자연 면역력이
있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이를 이겨내면 자연적으로 항체가 생겨 다음에 찾아오는
비슷한 바이러스는 쉽게 물리칠 수 있다. 백신 역시 이와 같은 원리다. 환자에게서
분리한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가공해 바이러스의 독성은 줄이되 면역 효과는 남게
한 백신을 인체에 접종하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겨 나중에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국립의료원 감염센터)는 “다행히 지금 유행하는 신종플루는 독성이 약해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 푹 쉬기만 해도 충분히 완치된다”며 “약할 때 걸렸다가 이겨내면
예방백신을 맞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에 신종플루 대유행이 찾아와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므로 감염을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약했던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변이할 가능성이 있지만
설사 신종플루가 강력해지더라고 인체 면역력은 유효하다.
방 교수는 “하나의 항원에 생긴 면역이 다른 항원에 대한 항체까지 만들어주는
경우를 교차면역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교차면역이 생겨
바이러스가 조금 다르게 변이를 해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강한 성인 외에 유아, 임산부, 노인, 천식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등 고위험군은 신종플루로 인한 합병증인 폐렴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연 면역력을 과신해 일부러 감염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실제 지난달 영국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한 것은 ‘돼지독감
파티(Swine Flu Party)'가 유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파티는 신종플루 독성이
약한 지금 걸려서 항체를 만들어 놓자는 의도로 젊은층이 신종플루 환자들과 어울리는
모임이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어쩌다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집에서 쉬다가
회복되면 자연 면역력이 생겨서 개인에게는 약이 되지만 개인이 사회에 나가서 전파를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영국에서 생긴 사례도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신종플루
파티에 가도록 권장했다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손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그럼에도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면 걱정 대신 ‘자연 백신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푹 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