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성형 부작용 평생 갈 수도

일부 성형의사, 수술 전 위험성 제대로 설명 안 해

종아리 성형 부작용 평생 갈 수도노출의

계절이라 단시간에 다리를 매끈하게 만들어준다는 종아리 성형수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아리의 ‘알’을 형성하는 근육으로 연결되는 신경을 제거하는 종아리 근육

퇴축술이 바로 그것. 하지만 손쉽게 날씬한 각선미를 만들어보겠다고 함부로 종아리

성형을 받다가는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장딴지 가운데 볼록 튀어나온 ‘알’ 이 컴플렉스였던 정윤희(40, 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3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별 다른 부작용 없이 짧게 끝나는 수술이라기에

종아리 근육 퇴축술의 대표적인 형태인 양측 비복근 운동신경 차단술을 받았다.

정씨는 수술 당일부터 발바닥을 땅에 댈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 병원

의료진은 신경이 반응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2~3일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다려도 통증은 낫지 않았고 8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

씨는 “아이도 낳아봤지만 출산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며 “칼로 베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다른 병원을 찾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으로

진단받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에 속하는 CRPS는 구체적인 외상이 없는 신경계 이상으로

극심한 통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완치를 위한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대인기피증, 우울증이나 심하면 자살까지 유발하는 등 심리적인 고통과도 연계돼

있다.

시술한 병원 의료진은 CRPS를 치료하는데 든 병원비를 대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정씨는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4~5년 전부터 도입돼 지금은 널리 알려진 종아리 근육 퇴축술은 일반적으로 매끈한

각선미를 원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종아리를 두껍거나 밉게 보이게 만드는

부위는 주로 비복근이기 때문에 시술은 이 근육에 직접 손상을 주거나 근육으로 가는

운동신경을 고주파, 레이저 등을 이용해 태워서 잘라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즘에는

근육을 직접 잘라내는 방법보다는 흉터가 남지 않고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는 이유로

운동신경을 차단하는 수술법이 선호되고 있다. 이러한 시술은 단 30분이면 끝나며

2~3주가 지나고 부기가 빠지면 효과가 드러난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이윤호 교수는 “이 수술법은 종아리 안쪽이나 바깥쪽이

튀어나온 사람의 장딴지 바로 뒤 비복근으로 가는 운동신경을 끊어서 근육을 자연적으로

퇴화시키는 원리”라며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비복근의 운동신경 부분을

자르는 게 원칙인데 잘못해서 감각신경을 자를 경우 통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감각신경은 사람마다 다양해 확정할 수는 없지만 길어질

경우 2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종아리 근육 퇴축술의 부작용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지난 해 12월 이 수술을

받고 부작용을 겪은 환자 24명이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차단해서는 안 되는 조직이나 신경을

손상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이러한 판결은 성형수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는 최초로 승소한 사례였다.

부작용은 멀쩡한 신경을 차단하는 수술법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신경을

파괴하는 수술은 신경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많은 고통을 유발할 때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대 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양종윤 교수는 “보통

신경 자체의 문제로 인해 3차 신경통, 암통증 등 심한 고통을 겪는 경우에만 신경을

절단하는 시술을 한다”며 “종아리 근육 퇴축술에서처럼 운동신경 같은 말초신경을

치료하는 방법은 중추신경 치료에 비해 아주 최근 이뤄지기 시작했고 수술 사례 또한

충분하게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종아리 근육 퇴축술 자체의 부작용 위험도 심각하지만 소비자에게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의사의 행동도 소비자의 피해를 부추긴다. 의사의 설명 의무는

법률에 명시돼있지만 부작용 위험에 대해 소비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풍토는 종아리 근육 퇴축술 뿐 아니라 성형수술 대부분에 해당하는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이

2006년 1월부터 2009년 5월말까지 있었던 성형수술 관련 피해구제 사건 219건 중

설명 여부가 확인된 사례 99건을 분석한 결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들은

소비자는 2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8명은 설명을 아예 듣지 못했거나 부족하게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윤 교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은 의학적인

검증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의료라는 게 100명 중 99명에게 효과가 있더라도

1명에게 부작용이 온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영역인데 일부 의사들은 종아리

근육 퇴축술의 효과만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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