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가 말하는 DJ 서거 24시
“운명 1~2시간 전까지 의식뚜렷...눈빛으로 가족들과 의사소통”
17일 밤 11시. 김 전 대통령의 혈압과 산소포화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상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은 즉시 혈압상승제 투여를 높이고 새로운 혈압상승제를 추가했다. 두
시간이 지난 18일 새벽 1시 악화되던 김 전 대통령의 상태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
긴장한 의료팀이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18일 오전 6시쯤. 다시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의료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전 11시 40분쯤 김 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뚝 떨어졌다. 인공호흡기의
산소 공급을 최대로 높이고 약물 치료를 계속했음에도 바이털 수치는 반응하지 않았다.
오후 1시경 의료진은 김 전 대통령 상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포함한 가족들을 중환자실로 불렀다. 김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과 눈을 맞추며 마지막 의사소통을 나눴다.
30분 가량이 흐른 1시 35분. 강심제 등을 투여받고 있던 김 전 대통령의 심장이
멎어 심전도가 일시적으로 평행선을 그었다가 다시 심박동이 돌아왔다. 그러나 결국
오후 1시 43분 김 전 대통령은 숨을 거뒀으며 주치의였던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가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희호 여사는 오열했다. 정남식 교수는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떠나는 순간인데 누구라도 똑같지 않겠느냐”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치의인 연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장준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인에 대해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입원한 뒤 폐색전증, 급성호흡곤란 등을 겪으며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직접적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 신체
여러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나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1시 43분경 김 전 대통령은 편안하게 숨을 거뒀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심폐소생술은
없었다. 의료진은 “폐, 간, 골수, 혈액 계통 등 장기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해도 의학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은 채 편하게
보내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장준(호흡기내과), 정남식(심장내과), 최규헌(신장내과) 교수 등 주치의 세 명을 포함한
16명의 의료진들은 돌아가면서 중환자실에서 24시간 김 전 대통령 곁을 지켜왔다.
정남식 교수는 생전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필요없는 약이나 증명되지 않은 약은
전혀 먹지 않고 100% 의사 말을 따르는 ‘성실한’ 환자였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 서거하신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씁쓸한 심경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