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백신 접종 정부 나서야
환자 7년 사이 26배 급증
최근 급증하고 있는 A형 간염 발생을 줄이려면 백신 접종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간학회 주최로 22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형 간염 발병 실태보고 및
예방에 대한 긴급 제언’ 간담회에서 학회 전문가들은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낮은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발병 위험이 높은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영유아 정기예방접종에 A형 간염을 추가하고 발병 위험이 높은 연령층과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예방 접종을 확대 실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권소영 교수는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커서 발병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한 것이 특징”이라며 “성인이나
고위험군이 감염되면 병원 입원과 결근 등 질병 부담이 커지고 심한 경우 간이식이나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병원 소화기내과 연종은 교수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A형
간염 백신 접종은 최선의 질병통제방법"이라며 "미국에서 소아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실시한 결과 질병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국내 전염병 통계에 따르면 A형 간염 환자 수는 2002년 300여 명이었으나 지난해
8000여 명으로 무려 26배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9600여 명이 신고 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배 이상 증가했다. A형 간염으로 인한 간이식 사례가 11건,
사망 사례가 5건으로 추산된다. 고등학교와 직장 등에서 집단발병 사례도 늘고 있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은 수인성 질병으로 감염된 환자의 분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 또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파된다.
과거에는 대부분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위생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어릴 때 자연면역의 기회가 줄어들어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감소하게
되면서 오히려 성인층에서 발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은 “급성 염증성 간질환인 A형 간염은 우리 나라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약 77%를 차지하고 최근 역학 추이를 볼 때 지속적인 증가와 확산이
우려된다”면서 “국민들의 A형 간염 예방을 위하여 의료계는 예방 접종 및 위생
홍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정부에서도 유행 차단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 권준욱 과장은 “전염병예방법에서 '지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는 A형 간염을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 법정전염병'에
포함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