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새는 남편새의 바람을 노래로 방해

남편새와 처녀새의 ‘내통’을 음파 방해로 차단

새의 성행동이 사람과 비슷한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부일처제로

사는 남미의 개미잡이새(warbling antbird) 암컷이 처녀 새의 유혹 노래에 남편 새가

응답하지 못하도록 ‘음파 방해’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개미잡이 새 커플은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살지만 ‘이혼’도 잦다. 처녀

새의 유혹에 남편 새가 화답해 아내 새를 버리면서 이혼이 이뤄진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동물학자 나탈리 세든 교수 팀은 페루의 열대 우림에 사는

개미잡이 새의 노랫소리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개미잡이 새

17쌍을 상대로 독특한 실험을 했다. 세든 교수는 최근 ‘여성 과학자를 위한 로레얄

유네스코 상’을 받았다.

이들 개미잡이새 커플은 평소에는 암수 커플이 같은 곡조를 소리 맞춰 노래 부른다.

자기들 구역에 다른 새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소리 맞춰 큰 소리로 경고하는 노래다.

그러나 연구진이 처녀 개미잡이새의 유혹하는 노랫소리를 들려주면 암수 커플의 노랫소리는

갑자기 달라진다.

우선 남편새가 처녀새의 유혹에 화답하기 위해 곡조를 바꾼다. 그러면 이 화답이

처녀 새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내 새는 음파 방해를 시작하면서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남편 새는 이 방해를 뚫기 위해 또 곡조를 바꾼다. 처녀 새의 등장에

따라 남편과 아내 새의 ‘노래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삼각관계와 함께 개미잡이새들의 노랫소리는 계속 창조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개미잡이새 노랫소리의 이러한 창조적 변화가 사람에게 노래와 춤이 발생하게

된 기원을 설명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역을 지키기 위한 합창, 암수가

서로 유혹하는 노랫소리 등이 춤과 노래의 기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또한 새들이 종은 달라도 서로 노랫소리를 알아듣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는 내 구역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개미잡이새의 노랫소리는 같은

종인 개미잡이새는 물론 다른 종의 새도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세든 박사는 “여태까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같은 종의 새들만 알아듣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새들이 상황에 따라 바꿔 부르는 노랫소리를 다른 종의 새들도

알아듣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들이 ‘공통의 언어’를 쓴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 결과는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으며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이 19일 보도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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