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치매면 남편 치매위험 12배 높아져
남자는 나이 들수록 아내에 의지하기 때문
남편이나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간호하는 배우자도 치매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남편을 돌보는 아내는 치매가 없는 남편의 아내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매 아내를 돌보는 남편은 치매가 없는 아내의
남편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무려 1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타주립대
노인학과 마리아 노튼 교수 팀이 10년 동안 부부 1200쌍 이상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치매는 유전되는 병이 아닌데도 왜 부부 사이에 이처럼 전염되는 것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진은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게 의존하게 되고 아내는 남편의
친구이자 사회로 연결되는 끈 역할을 한다”며 “아내가 치매에 걸리면 남편의 사회적
연결도 끊기기 쉽고, 아내가 없으면 남편들이 병원에 잘 오지 않는 것도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 전문가인 뉴욕대의 랄프 닉슨 교수는 “치매는 물론 전염병이 아니지만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스트레스가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요소가 된다”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덜 먹고 운동도 덜 해 뇌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부부는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적 요소가 치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환경, 교육, 유전 등 치매에 미칠 수 있는 다른 위험
요소는 이번 연구에서 제외했다.
노튼 교수는 “부모 중 한쪽이 치매에 걸리면 자녀는 부모를 자주 찾아 간호로
지친 부모를 쉬게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09 알츠하이머병 국제
학술대회(Alzheimer's Association 2009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발표됐으며
미국 건강 포털 웹엠디, 의학뉴스 메디컬 뉴스투데이 온라인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