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는 이유는 갈팡질팡 속타기 때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짖어…“놀자고 짖는다”는 건 사람생각
일부 개 주인들은 개가 “나가 놀자”거나 또는 “집에 불이 났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짖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사람의 추측일 뿐이고 실제로 개가
짖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진화생물학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의 진화생물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캐스린 로드는 개들이
짖는 이유를 “심리적 갈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개는 가장 많이 짖는다는 것이다.
가끔 TV에 산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나오지만 이렇게 집 밖에 있는 개들은 거의
짖지 않는다. 반면 집에 있는 개는 틈만 나면 짖어댄다. 집개일수록 심리적 갈등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로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녀의 분석은 개에 대한 진화론적
분석으로 시작된다.
개가 사람과 함께 산 것은 1만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늑대에서 갈라져 나온 개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아 먹었다. 늑대와 개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늑대는 사람 인기척만 나면 멀리 도망가지만 개는 쓰레기 더미 주변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는 것이다. 즉 사람 주변에 끝까지 남은 종류만 늑대에서 떨어져 나와
개가 된 것이다.
자리 지키는 개의 특성이 짖는 습성 발달시켜
이렇게 한 장소에 머무르는 특성을 발전시킨 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
포식동물이나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 짖는 것으로
응대한다. 짖는 소리를 듣고 동료 개들이 몰려오면 상대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떼 지어 방어하기(mobbing)’ 행동이다.
이런 상황, 즉 도망가고 싶지만 새끼 생각에 도망가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는 심리적
갈등 상황에서 개는 짖는 특성을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짖는 특성은 다른
포유류에서도 발견된다.
갈등 상황에서 개가 잘 짖는다는 것은 우리에 갇힌 개에서 잘 드러난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개는 도망가거나 그 사람에게 다가가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 갇힌 개는 둘 다 할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위급 상황과
심적 갈등을 알리는 짖기 말고는 없기 때문에 끝도 없이 짖어댄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갇힌 개가 더 많이 짖기 때문에 집개가 더 잘 짖으며, 이런 상황은 사람
곁에 머물기로 한 개가 스스로가 선택한 상황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발간된 ‘행동학적 과정(Behavioural Processes)’ 특별호에
실렸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1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