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빨간 옷 입은 여자 위험?

“화성-강호순 사건, 비오는 날 빨간옷 여자에 많이 발생”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빨간 옷을 입고 밤 늦게 귀가하는

여성이 범행 대상이 된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는 때 홀로 밤길을 걸어 가야 하는

여성들에겐 무섭고 걱정되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1986년부터 일어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서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비 오는 날 범행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고, 지난 1월 한국인의 치를 떨게 만든 연쇄살인범

강호순 역시 마지막 범행을 비 오는 날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비 오는 날, 빨간 색 옷은 범행 충동과 관련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우연의

일치, 또는 어느 특정 범인의 개인적 특징일 뿐일까. 범죄 전문가들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와 빨간 색이 일부분 범행 충동을 자극하는 요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비 오면 가시성 절반으로 떨어져 범행에 유리

경기대 범죄심리학 황의섭 교수는 “비가 심리적, 상황적 요소로 작용하면서 범행

충동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비는 사람의 감정을 바꿔 놓는다. 장마철처럼

일조량이 줄어들면 기분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바뀌면서 우울해질 수

있다. 우울증은 자해, 살인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비는 상황적 요소로 작용한다. 비가 오면 우선 인적이 드물어진다. 또 똑

같은 빛 아래라도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눈에 보이는 정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인적 드물고, 잘 보이지 않고, 빗소리에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비 오는 밤은 여러

모로 범죄자에 유리하다고 할 만하다.

이런 환경이 되면 범죄자는 좀더 안정감을 느끼면서 자신 있게 범행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강호순의 범행 날은 대부분 구름이나 안개가 끼어 흐리고

추운 경우가 많았다. 황 교수는 “일반적으로 계절도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여러 복합적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3살 아기도 흥분시키는 빨간 색

빨간 색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재)한국색채연구소의 한동우 소장은 “색에 따라

몸이 반응한다”고 말했다. 3살짜리, 7살짜리, 37세 성인 여성을 파란색 방 또는

빨간색 방에 들어가게 하면 빨간색 방에서만 맥박수가 분당 20회 이상 빨라진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어린이에게서도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보고 배운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색깔에 대해 반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모든 빨간 색이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은 아니다. 빨강색도 수 백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을 흥분시키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자극적 빨간 색, 이른바

‘새빨간 색’이라는 것이다. 태극 무늬나 중국 국기에도 빨강색이 있지만 이는 검은

색이 섞인 ‘가라앉은 빨강’이라 자극성은 떨어진다. “순수한 빨강색이 가장 자극적”이라고

한 소장은 설명했다.

 

빨강색은 여성의 성적 매력과 관련

살인범이라도 동기는 다 다르다. △빈부격차 같은 사회악을 제거한다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사명감형 △종교적 이유가 있다고 믿는 망상형 △살인 자체를 즐기는 쾌락형

△성적인 면이 동기가 되는 성적 동기형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빨강색과 관련되는

것은 성적 동기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심리학과 앤드루 엘리엇 교수 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은

빨간 색 옷을 입은 여성을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빨간색은 성적 매력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다.

빨간색은 흥분시키지만 파란색은 사람을 가라앉힌다는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교육방송(EBS)이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간의 두 얼굴’은 도심

가로등을 백열등의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자 범죄 건수가 크게 줄었다는 일본

사례를 보여 줬다. 이 사례에 따라 서울 강남구도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파란색

가로등을 설치했다.

범행에 이르는 요인은 수없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비 오는 날’ ‘빨간색 옷’이

범죄를 부른다는 결론은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시야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장마철 밤에, 눈에 잘 띄면서 사람을 흥분시키는 새빨간 색 옷을 입고 외출하지

않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태를 피하는 생활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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