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찬스에서 헛발질 하는 이유?
실수 안 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오히려 실수 불러
중요하거나 긴장된 순간에 사람들이 말이나 행동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의식적 노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다니엘 웨그너 교수 팀은 실수를 연구한 기존 논문 60여 편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새하얀 드레스에 레드 와인을 쏟거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발언을 하고, 골프나
축구에서 결정적 찬스에 어이없는 실수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사람들은 결심하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우리가 동원하는 첫 번째
방어선은 ‘의식’이다. 예컨대 부적절한 성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의식적으로
다른 걸 생각하려 노력한다.
두 번째 방어막은 ‘무의식’이다.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의
무의식은 혹시라도 적절치 않은 생각이 고개를 쳐들까 두려워 탐색을 계속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무의식적 탐색이 어느 순간에 의식적 생각을 압도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말이나 행동이 불쑥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있을 때 이처럼 무의식이 불쑥 터져 나오기 쉽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웨그너 교수는 이를 “의식적 과정이 방해받고 무의식적 과정이 자유로워지면서
행동과 마음이 동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실수를 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웨그너 교수는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행동이 나올 정도로 연습을 하면, 의식과 무의식의 투쟁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골을 넣어야 한다’는 의식과
‘헛발질 하면 안 된다’는 무의식이 충돌하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헛발질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연습을 한 최고급 선수는 결정적 찬스에 이런 심리적
갈등 없이 바로 조건반사적으로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적다는
해석이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7월 3일자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전문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방송 MSNBC 인터넷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