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게스트하우스 갖춘 1등 병원”

안동병원 “환자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찜질방-게스트하우스 갖춘 1등 병원”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로 나와 안동 시내로 진입하다 보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우뚝 큰 13층

건물이 나온다.안동병원이다. 병원 규모가 큰 만큼 직원 숫자도 많아 1200여 명이나

되며 안동시 소재 사업체 중 직원 규모가 최고라고 한다.

이 병원의 병실은 넓직넓직하다. 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다인실 비율 50%를 맞춘

뒤 나머지 모든 병실을 1, 2인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1인실 입원 때 건강보험 지원금을

제외하고 환자가 내야 하는 본인 부담금은 하루 5만 원 정도. 이 병원에선 2인실을

혼자 쓰는 환자도 있다.

“뭐 이런 병원이 다 있나” 싶은 마음은 병원 12층에서 절정을 이룬다.병원에

게스트하우스, 즉 숙박시설이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묵어 가면서 검진을

받는 ‘숙박 검진’ 이용자를 위한 숙박시설이다. 검진을 받으면 게스트하우스 이용

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이 12층에 병실을 꾸며 넣는다면 160 병상을 집어 넣을 수 있으니 병실을 희생하면서

갖춘 ‘손님방’이다.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안동 관광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병원을

지을 때부터 꾸민 시설이라고 한다.

환자 수 전국 6위, 지방병원 중 1등

산부인과 입원실은 따끈따끈한 온돌방으로 꾸며져 있다. 산모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황토 찜질방까지 있다. 병원이 무료 숙박시설과 찜질방까지 갖추느라 적자

아닐까 괜한 걱정도 해보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알짜 병원이다. 매년 흑자인 데다

입원 환자 숫자는 2007년 기준 36만 5702명으로 전국 6위,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당당

1위다.

병원의 별난 시설과 실적은 모두 안동의료재단 강보영 이사장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서

나왔다. 그는 의사 출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 만족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한 병원 직원은 “처음에는 이사장이 시작하는 일이 거의 항상 상식을 벗어나는

것들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런 시도들이 다 적중했기 때문에 지금은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암센터 건립 계획 당시에도 ‘환자를 몇 명이나 치료하려고

그만한 투자를 하느냐’ ‘환자들이 과연 오기나 하겠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정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

강 이사장은 ‘골고루’에 반대하는 스타일이다. 병원의 모든 분야에서 고루 수익이

나길 고집하지 않는다. 일부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크게 벌어 메우면 된다는

식이다.

직원들이 매주 1시간, 매년 두 번씩 1박2일 입소훈련까지 받는 친절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친절 교육을 받자면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인건비 부담이 되지만 “제대로

된 친절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강 이사장의

고집이다.

이렇게 직원들의 친절 자세를 강조하다 보니 안동병원 간호사들은 아직도 까만

줄이 들어간 ‘옛날 간호사 캡’을 쓴다. 본분을 잊지 말라는, 그리고 복장이 직원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게 복장에까지 깐깐한 규칙을 적용하지만

이직률은 굉장히 낮다.

“사람이 중요” 맨파워 구축에 힘써

지방병원이라고 가벼운 질환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뇌질환,

심장질환, 중증외상 등 3대 중증 응급질환 특성화센터로, 그리고 경북권역별 응급의료센터로

지정 받았다. 외래 환자 33만 명 중 중증 환자는 25% 정도다. 외상 환자가 16.9%,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질환 환자가 3.3%, 심장 질환자가 4.7%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PET-CT), 선형가속기 같은 암센터 장비들도 수도권 병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강신홍 이사는 “대학병원이 치료를 더 잘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의 방법은 같다”며 “지역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이용하면

수도권 병원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줄이면서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장비, 건물은 사 오고 지으면 되기 때문에 지방이라고 불리할 게

없다”며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맨파워”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독특한

운영 방식의 바탕 위에 대학병원 교수 출신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안동병원만의

실력과 이미지를 쌓아 올리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시설까지 갖춘 안동병원은 의료 관광에도 적극적이다. 타깃은 외국인보다는

해외 동포다. 건강검진 비용이 일본은 한국보다 1.5배, 미국은 15배나 비싸기 때문에

해외 동포가 저렴한 비용에 관광까지 곁들여 충분히 찾아올만한 하다고 설명이다.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 병원은 안동시와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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