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못남' 지진희같은 초식남 왜 늘어날까

사슴같은 남자, 승부근성보다 취미생활에 더 관심

'결못남' 지진희같은 초식남 왜 늘어날까KBS 2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인공 지진희(조재희

역)의 캐릭터가 화제다. 드라마 속 지진희의 캐릭터를 요즘 생겨난 신조어 육식남과

초식남에 대입한다면 전형적인 초식남이다.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마흔 살의 건축가 지진희는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 연애보다는 취미생활에

관심이 더 많다. 깔끔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자기애가 강하다.

드라마 속 지진희 같은 초식남은 현실에서도 꽤 많이 존재한다. 일본 칼럼니스트

후키자와 마키가 처음 사용한  ‘초식남(草食男·초식계 남자의 줄임말)’은

마치 풀을 뜯는 사슴처럼 남자다움에 구애받지 않는 온화한 남자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초식남은 남자다움을 내세우는 기존의 남성상 즉 ‘육식남’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만약 당신 주위에 소주보다는 커피와 와인을 즐기고 축구나 이종격투기보다는 패션이나

미용에 관심이 많으며 여성을 친구로 대하면서 연애나 결혼에 무관심한 남자가 있다면

초식남일 확률 100%다.

초식남이 왜 늘어날까

초식남의 증가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가 점차 없어지면서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심리 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과거 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사회였으나 현대 사회는 일하는 여성이 늘고

남녀 역할이 평등해지면서 남성이 져야 했던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 위험을 여성과

함께 분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 위기, 취업난도 초식남 증가의 원인이다. 풍요와 빈곤을 오가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남성은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해 압박을 느끼며 벗어나고자

하고 대신 자신이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성향을 보인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남성다움의 굴레에서 벗어난 초식남의

등장은 20~30대 미취업 현상을 반영한 것이거나 승부근성 없는 세대의 무기력한 단면이다”고

풀이했다.

현대 사회는 과거처럼 공격적이고 거친 남성다움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원시 사회에서는 맹수나 외부의 적들로부터 종족을 보호하고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남자의 힘이 필수적이었다. 전쟁을 하고 영토를 확장했던 남자는

영웅으로 칭송됐다. 그러나 현대는 남성성의 상징인 폭력을 죄악시한다.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남성다움은 주눅이 들고 도태된 것이다.

오동재 신경정신과 전문의(미소의원 원장)는 “현대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힘보다는

아름다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잘 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며 “따라서

여성이 현대 사회에 적응을 더 잘 하고 성공할 수밖에 없으며 남성은 공격적인 본능을

스포츠나 게임으로 다스리고 현실에서는 초식남이 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현대의 스트레스, 대기오염, 환경호르몬 등이 남성성을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런 외부 요소가 정자 활동과 질을 떨어트린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 성인 남성의 정자 운동성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상’ 기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동재 원장은 “우리나라 하천에서 잡히는 붕어류 100마리 가운데 8마리는 암·수의

성(性)이 혼재하는, 자웅동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성 변화는 환경호르몬의

탓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게 된다”며 “아직까지 인간이 얼마나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에 오염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요소들은 남성의 정자 활동을 떨어트리고 결과적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초식남은 대체로 여성을 친구로 대하고 연애에 무관심하다. 그럼에도 초식남에게

끌리는 여성은 어떤 공략법을 써야 할까. 답은 적극적이고 쿨한 성격을 가진 ‘육식녀’가

되는 것이다.

최준호 교수는 “과거 한국에서 독일로 파견된 간호사들이 결혼한 독일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수줍고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며 “한국 간호사들의 진취적인 성향이

조용한 독일 남성과 잘 어울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초식남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반대 성향인 육식녀가 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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