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개원가 활발…종합병원은 주춤
병원-지자체들, 전담팀 만들고 통역원 배치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치, 알선 활동이 법적으로 허용된 지난 5월1일 이후 두
달이 흘렀다. 그간의 성과를 종합하면 ‘외국인 환자가 늘었지만 대부분은 재미 교포며,
성형외과를 비롯한 개원가 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은
주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개원가 중 특히 활발히 움직이는 것은 성형외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가정의학과
등이다. 대형 성형외과 전문병원인 BK동양성형외과는 지난 3월 15층 규모의 건물
전체를 성형 전문병원으로 갖춰 외국인 성형 환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할 준비를 갖췄다.
작년 말까지 총 800여 명 환자가 다녀갔다고 이 병원 관계자는 밝혔다.
이 병원은 공항 픽업 서비스를 시작으로 호텔 예약은 물론 5명의 전담 통역상담사가
상주하며 외국인 환자들에게 편안한 진료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미
3개 분원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싱가포르에도 분원을 연다는 계획이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역시 2000년부터 외국인 환자를 받기 시작해 지금은 일본여행사와
연계해 나고야, 오사카, 도쿄 등에서 출발하는 의료관광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중국 6개 대형 여행사와 접촉하며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이 병원의 외국인 환자는 2007년 1000명에서 작년 140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2000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세브란스 필두로 종합병원들도 “시동 중”
종합병원 차원에서는 그간 말만 무성한 가운데 성과는 부진했으나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미국의 대형 보험사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의 해외 대행사 CGH와 미국
의료보험 환자의 송출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어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 병원의 이희원 국제협력팀장은 “당초 태국, 싱가포르 병원에 관심을 보이던
CGH가 한국 의료수준이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 국제진료센터의 인요한 소장은 “해외환자 유치는 병원의 수익 다변화 및
수익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가 수익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의료, 보험, 언론 관계자를 초청해 한국의 의료 현실을 보여주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21일 러시아 조지메디컬센터 알렉산드로브 루스란 원장을
비롯한 의료인, 보험회사 대표, 언론인 등 러시아 방문단 19명은 5박6일 일정으로
서울삼성병원 등 대형 병원과 자생한방병원, ABC성형외과 등을 둘러보기 위해 입국했다.
이 방문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며
지난 4월 미주 지역 방문단에 이어 2번째다.
교포 상대 홍보, 전담팀 마련 등 분주
대형병원 중 외국인 전문병원으로는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재단 산하 청심국제병원도
있다. 이 병원 강홍림 국제협력팀장은 “작년보다 비자 문제 등 제도적 여건이 많이
개선됐고 의료관광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일이 편해졌다”며 “향후 5년
안에 싱가포르 정도로 의료관광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심국제병원의 연도별 외국인 환자 숫자는 2005년 1만7797명, 2006년 1만8800명,
2007년 2만1259명, 2008년 2만7000여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이 병원은 통일교라는
배경을 갖고 있어 일반 병원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건국대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국제 진료소와 VIP 병동을 준비 중이며
직원을 상대로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해 현지
교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국립암센터도 2007년부터 재미 교포를
대상으로 암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하대병원도 최근 미주 지역 16개 여행사
사장단을 병원으로 초청해 영종메디컬센터, 공항의료센터와 연계되는 서비스를 홍보했다.
한방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작년에만 외국인
환자 800여 명을 유치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20% 증가 목표 아래 중국, 중동,
일본 등을 타깃으로 관절염, 치아 임플란트. 건강검진 등의 상품을 개발 중이다.
외국인 환자 맞을 법적-심리적 준비 아직 부족
병원들의 외국어 홈페이지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사이트를 개설했고 서울대병원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아랍어, 인도어 등 14개 언어로 된 국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대의료원,
경희대병원과 중앙대 의료원은 중국어와 일본어로 된 다국어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지역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서울 강남구청은 ‘의료관광 전담팀’을 만들어
구내 피부과, 성형외과 등 미용 관련 전문병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와 제주도는 의료관광 홍보대사,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각각
새로 만들었다. 전라남도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의료관광 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호
팀장은 “외국인 환자나 외국 에이전트를 만나면 꼭 하는 소리가 ‘왜 한국으로 치료
받으러 가야 하느냐’ ‘한국은 어떤 치료를 가장 잘하나’ ‘보험 처리는 가능한가’
등이다”라며 “이러한 질문에 막연한 대답을 하면 즉각 외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2013년까지 외국인 환자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