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상급 원숭이’ 속여 먹는다
먹이 있는 곳 상급 원숭이에게 절대 안 알려 줘
원숭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원숭이를 속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존무어대학의 페데리카 애미시 교수 팀은 거미원숭이, 갈색 흰목꼬리감기
원숭이, 긴꼬리원숭이 등 세 종류의 원숭이 1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됐다.
연구 팀은 우선 지위가 낮은 원숭이들에게 우리 안의 닿기 힘든 위치 또는 잘 안
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는 먹이를 보여 준 뒤, 이들이 ‘상급 원숭이’가 들어올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했다.
상급 원숭이가 없을 때 자유롭게 먹이로 접근하던 원숭이들은 ‘윗 원숭이’가
들어오자 태도가 달라졌다. 하위 원숭이는 먹이에 대한 정보를 상급 원숭이가 모르도록
먹이가 있는 쪽으로 가지 않으려 애썼다.
이렇게 먹이 위치를 속이는 행동은 세 종류 원숭이에서 모두 같았지만 속이는
정도, 최종적으로 숨긴 먹이를 몰래 먹는 정도는 달랐다. 우선 속임수에 가장 철저한
것은 긴꼬리원숭이였다.
상하 관계가 엄격하고 질서위반 행위를 하면 가차 없는 처벌을 받게 되는 긴꼬리원숭이들은
철저하게 먹이 위치를 숨겼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숨기다 보니 결국 하급 긴꼬리원숭이들이
결국 숨겨진 먹이를 자신들도 먹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거미원숭이들은 달랐다. 거미원숭이들은 먹이 위치를 잘 숨기고 또 기회가
되면 몰래 꺼내 먹기도 했는데, 이는 거미원숭이 사회가 좀 더 유연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거미원숭이들은 한 집단에서 평생을 사는 게 아니라 수시로 소그룹으로
뭉쳤다 다시 헤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새 그룹이 형성될 때 마다 누가 위고 아래인지
새롭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좀 더 유연하고 그만큼 ‘윗 원숭이’를 속이는
기술도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거미원숭이와 인간은 유전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지위가 높은 대상을
속이는 습성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며 “남을 속이는 특징이 진화되는 양상은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으며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